버지니아 주지사 동해 병기 법안 최종 서명(2014년 3 월 28일)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는 본인의 선거 때 한인 타운을 방문해 기자 회견을 열고 한인 단체장들과 기자들 앞에서 동해 병기 법안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문으로도 작성해 주지사 본인이 직접 서명한 것을 필자가 갖고 있으니 설마 거부권(拒否權) 행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더군다나 워싱턴포스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만 되면 서명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인들에게 공문으로 공약까지 하고도 일본 정부의 협박과 로비스트들의 설득에 넘어가 지금까지 수차례 법안을 저지하려 한 것을 떠올리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
주위에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담긴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막강한 로비력 때문에 주지사가 결국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일본 정부가 순순히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도록 내버려 두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분명 일본 정부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가 동해 병기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주지사가 수정안을 직접 제출해서 결국 동해 법안을 죽이려고 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특히 같은 민주당 소속인 한국계 마크 김 하원의원은 “주지사가 아무래도 수정안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데이브 마스덴 상원의원을 비롯한 여러 민주당 의원들도 수정안의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야말로 또한번 피가 마르는 느낌으로 초조하게 주지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제 정말 다 되었는데, 주지사가 서명만 하면 모든게 끝인데, 여러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으니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러나 주지사가 수정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지사가 수정안을 내면 다시 상하원으로 넘어와 법안 심의 및 표결을 하게 되는데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 이상이 주지사의 수정안에 동의를 해야만 채택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벌써 상하 양원에서 동해 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상황을 생각한다면 주지사가 과반수의 표를 얻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을 일이었다. 다만 필자는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를 할까봐 우려됐다.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동해 법안이 주 의회로 다시 넘어와 상하원에서 심의 및 표결이 이루어진다. 이때 상하 양원에서 각각 과반수가 아닌, 3분의2 이상의 의원들이 주지사 거부권에 대한 반대를 해야 동해 법안이 법으로 발효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3 분의 2 이상의 의원들이 주지사의 의지를 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데이브 마스덴 상원의원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필자와 은정기 위원장은 마스덴 의원에게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는 도대체 왜 저러는 겁니까? 주지사 선거 때 한인들에게 동해 병기 법안 지지 공약을 해서 한인들의 표를 많이 얻었고, 주지사에 당선되었는데 이제와서 왜 저러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마스덴 의원은 “주지사도 엄청난 압박(壓迫)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도대체 누구에게 압박을 받고 있단 말입니까? 법안에 서명을 하는 것은 주지사의 고유 권한인데 감히 누가 압박을 한단 말입니까?”하고 되물었다. 마스덴 의원은 “백악관이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지난 1월 주지사가 나와 활발하게 대화를 하던 당시에 백악관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후에는 주지사가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있어 지금도 백악관이 개입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분명히 백악관이 직접 개입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주지사가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필자와 은정기 위원장은 깜짝 놀랐다. “아니! 힘없는 한인 민초들이 모여 명분있는 교육 문제를 법안으로 통과시키려 하는데 일본 정부와 버지니아 주지사도 모자라서 이제는 미 백악관까지 개입했단 말입니까? 도저히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고 해도 일반 시민 운동을 연방정부가 저지하려고 하다니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필자는 이제 초(超)강수를 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필자는 마스덴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매컬리프 주지사가 어떤 결정을 하든 만약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한인들이 주지사를 허수아비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피터 김이 직접 서게 될 것입니다. 주지사에게 내가 지금 하는 말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그대로 전해주십시오.” 마스덴 의원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필자에게 “그게 무슨 뜻입니까? 허수아비 주지사라니요?”하고 물었다.
필자는 “만에 하나 동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내년 버지니아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 낙선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공화당 상원 후보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줄 것입니다. 지금의 상원은 20명의 민주당 의원과 20 명의 공화당 의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팽팽한 구조를 저희가 나서서 완전히 깨트릴 것입니다. 그래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만들 것입니다. 하원은 이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상원까지 공화당이 주도하게 되면 민주당인 매컬리프 주지사는 그야말로 허수아비가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 내가 지금 한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100% 그대로 주지사에게 전해주십시오. 이번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모두가 목격했듯 피터 김이란 사람이 다시 한번 버지니아주 15 만의 한인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한인들을 배신한 주지사를 허수아비로 만들 것입니다. 꼭 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마스덴 의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렇습니다. 민중들이 분노에 차서 일방적인 투표를 하면 그것처럼 무서운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내가 주지사에게 틀림없이 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