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초, 알마티를 방문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막바지 공사에 접어든 지하철 1호선 현장을 둘러보고 건설관계자들을 격려하였다. 이어 아바이 툴레바에바 사거리에 위치한 아바이 역사(驛舍)에서 지하철을 타고 고골랴 푸르마노바 교차점의 지벡졸리 역사까지 2개 역사 구간을 시승(試乘)하였는데, “모스크바 지하철보다 더 안락하고 안전한 것 같다”며 매우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만족해 한 이 철도차량은 본지를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시피 현대로템이 납품한 철도차량이다. 현대종합상사의 저돌적인 영업력과 현대 로템의 기술력의 합착으로 러시아와 독일의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현지에 수출한 것이다.
이재환 현대종합상사 알마티지사장은 “끈질긴 영업의 결과 알마티시장이 우리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지만 러시아제를 선호하는 부시장들을 비롯한 실무진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해서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철도차량 수주에 이어 신호체계 설치 공사까지 계약한 한국은 오는 12월 1일 개통을 앞둔 카자흐스탄 지하철 역사의 첫 페이지에 족적(足跡)을 남기며 카자흐스탄 지하철 한류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날 시승식이 끝난 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하철 사업은 알마티 시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회적 사업이다”라며 2호선, 3호선을 이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1호선에 철도 차량과 신호체계를 납품, 설치한 한국컨소시엄은 이로써 2, 3호선 공사수주 전망도 밝아졌고 또 카자흐스탄 지하철 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었다.
이는 신호체계 설치 공사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책임자인 이진행차장의 말이다. “지난 9월 1일 부터 시작하여 10월 말에 공사를 완료했는데, 이것은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세계적인 기록입니다. 알마티 메트로가 일부 러시아제 장비를 구매해서 주었는데 이것들 중에서 우리가 30% 정도는 손을 봐서 사용했어요. 그래서 더 느려졌는데도 불구하고 2달 만에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또 그는 “처음에는 우리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한 현장직원들로부터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저희 제품과 러시아 제품을 비교하면서 서서히 러시아에 대한 신뢰 대신 한국 장비와 시공능력을 인정하는 단계를 지나 최근에는 급호감 모드로 변했다”며 2차, 3차 지하철공사도 우리 것이다라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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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자흐스탄엔 한국업체가 세운 세계적 기록이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카자흐스탄 전력선 현대화사업 현장. 지난 10월 말 카림 마시모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모이낙 수력발전소 송전선 1단계 공사가 바로 그것. EBRD자금으로 카자흐스탄 전력청(케곡)이 발주한 이공사는 전체 길이가 약 300킬로미터, 철탑 610기를 건설하는 공사로써 그 중 1단계 공사를 5개월만에 완공한 것이다.
“한국사람만이 할 수 있죠. 이는 한전을 믿고 정식계약도 하기 전에 업체들이 우리와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전세계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한국식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전의 양준철 현지법인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월부터 거의 매일 야간작업을 하면서 현지에서 설계하고 자재발주하고 시공까지 한 사례는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초의 공기보다 앞당겨서 내년 상반기에 2단계 공사까지 완료함으로써 카자흐정부의 추가 발주에서 한전이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승승장구(乘勝長驅)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현지의 계약이나 사업 관행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아직도 시장경제에 완전히 적응했다기 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자원의 국제적 가치를 인식하면서 소위 ‘카자흐스탄’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경제한류가 확산되는데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적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우리업체들끼리의 과도한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충분한 사전조사의 미흡이라고 하겠다.
카자흐스탄 발전소 현대화사업에 참여한 현대 엔지니어링의 고광원 부장은 “국제계약을 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계약하고 난 뒤부터 계약서에 언급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내용들 때문에 애로를 겪는 경우가 흔한 만큼 충분한 사전조사와 철저한 계약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지속적인 경제한류 확산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음을 지적했다.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의 차이, 그리고 사회주의를 경유하면서 형성된 우리와 다른 의식구조에 따른 애로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인프라 현대화 현장에는 한류가 불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현장들 외에도 서중국 – 유럽 횡단도로 공사를 위해 KCC, 포스코 건설, 극동건설 등이 땀을 흘리고 있고, 발전소 건설을 준비 중인 기업이 있고, 알마티시민들이 출근길에 반드시 사용하는 교통카드도 한국업체에서 구축한 것이다. 이 교통카드는 곧 개통될 지하철과 연계될 예정이라고 하니 인프라 한류의 또 하나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카자흐스탄 한인일보(http://haninnews.inf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