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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동지(同志)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下) 나의 특별한 베를린영화제 참가기
글쓴이 : 클레어 함 날짜 : 2017-02-27 (월) 08:54:42

by Claire Sanghi Ham

 

 

드디어, 베를린영화제에서 일정을 마치고, 뮌헨으로 기차타고 돌아가는 길이다. 아마도 새벽 1시쯤에 도착할 듯하다.

 

열흘동안 개최되는 영화제에서 마켓은 사실 첫 5-6일정도 지나면 거의 파장(波長) 분위기이다. 중요한 세미나와 리셉션은 다 마무리되고, 해외의 영화인들은 다 본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주요 국제영화제와 마켓은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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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감독과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공식통역으로 인연을 맺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저녁식사용으로 포장주문 해온 케밥을 따끈따끈할 때 먹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밀렸던 졸음이 쏟아져온지라 급한대로 먼저 눈을 감았다. 세시간을 내리자다가 배고파서 눈떠보니 기차가 벌써 여정의 반을 훌쩍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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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영화제의 마지막날 밤 독일 '독립영화인 파티'에서 핸드폰을 도난당하는 바람에, 그간 못 봤던 좋은 영화 한두편이라도 관람하고 싶었던 내 소망을 접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애플샵과 경찰서로 분주히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가길의 나의 마음은 왠지 모를 평온함 그 자체다. 아마, 나의 주요 목표였던 다큐멘터리 홍보가 잘 되어서 생긴 다소의 안도감(安堵感)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영화제 초청(경쟁부문)도 있고, 월드 세일즈를 하는 배급사로부터 배급 제의도 받아서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막연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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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과 함께

 

십년 넘게 찾은 베를린영화제는 혹한의 시베리아 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때리는 2월에 열리기 때문에 첫 주말이 지나면 영화인들 대부분 감기로 몸살을 앓는다. 아마도 1월의 선댄스, 5월의 깐느, 9월의 베니스와 토론토영화제의 시기를 고려한 결과로 어쩔수 없이 2월에 개최하는 것 같다.

 

해마다, 다들 너무 춥다며, 다신 안온다고 투덜대지만, 해가 바뀌고 전 세계의 영화인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또한, 반가운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무한한 기쁨도 동시에 주곤 한다.

 

이런 규모의 국제영화제기간에는 각국의 영화진흥위원회나 영화 세일즈 회사들은 영화 홍보와 영화인들 네트워킹을 위해 매일 밤 크고 작은 규모의 칵테일 리셉션과 파티를 연다. 사실, 유명인이나 바이어가 아닌 이상, 이런 파티에 초대장을 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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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베를린영화제에서 제일 인기 많은 덴마크 세일즈 회사, Trust 파티에 운좋게 들어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스페인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큰 포옹을 한다. "와, 너 아직도 영화계에 몸담고 있네. 나처럼 직장인도 아닌데, 넌 완전 능력자(f-ing good)임에 틀림없어."라며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친절한 마음씨를 지닌 그가 농담조로 칭찬을 했지만, 나는 그의 진심을 알기에 나름 큰 감동을 받았다. 따뜻하지만 동시에 마음을 아프게 하는 칭찬. 이 영화 바닥에서 살아남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미국 영화신문사, 영화제, 통역, 영화홍보 등등 수많은 저임금 비정규직을 맡으면서 까다롭고 변덕스런 이들과 부대끼며 지낸 세월들. 유난히 힘들었던 서울의 한 영화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기억들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술자리 성희롱은 다반수고, 매번 차비만 겨우 남기고 귀가하는 생활이 지겨워서 한동안 손을 뗐는데, 어찌하다보니 세월호참사의 아픔이 다시 나를 이 도박장(賭博場)으로 돌아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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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는 이 도박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매일밤 끊임없이 하게 된다. 물론, 인생 자체가 도박이다. 그 누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일들은 유난히 재정적인 위험부담이 크다. 또한, 다른 업종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부르짖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기는 과로(過勞)를 일상으로 삼으면서도 끝없는 경쟁에 시달린다. 영화인들의 비참한 노동현실은 '누가 잠이 필요한가? Who Needs Sleep?'라는 다큐멘터리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화려해 보이는 할리우드에서조차도, 과로로 인한 스태프들의 교통사고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감히 장담하건대, 레드카펫에서 멋진 의상과 포즈를 취하며 보여지는 영화인들의 글래머는 1%에 불과하다. 우리의 99%는 피곤에 찌든 육체와 잦은 좌절감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무관하게, 나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한번 맡은 일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를 해냈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긍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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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의 힘을 믿고 열정 하나로 힘든 고비들을 넘기며 노력하는 수많은 독립 영화인들의 고충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마음속으로나마 큰 박수를 보낸다. 힘내자, 동지(同志)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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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en rose'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의 Marion Cotillard.
다른 영화제에서 만났던 무명의 여배우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스타덤에 올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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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 감독과 함께

 

글‧사진|클레어 함 다큐멘터리 <정지된 시간>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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