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
목사님,
전 많이 지쳐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제가 손을 놓을 때가 되었어요. 건강이 안 좋아요.
정신건강이 더욱더 안 좋아요. 슬프고, 자신감이 많이 사라지고.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가 되는것 같은데...전에는 제가 의욕과 자신감이 철철 넘쳐났는데..이젠 제 두려움에 제가 두려워요. 영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나봐요. 오늘은 Rev. Martin Luther King Jr. 의 날이죠?
이 분도 그렇게 훌륭한 일을 하셨지만... 결국은 자신의 동지인줄 알았던 다른 한 사람으로/질투/두려움으로 Dr. King 을 암살하게 되었죠.
목사님,
제가 절 Martin Luther 목사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Human condition 을 말하는 거예요. 무엇이든지 up and down (파도) 이 있는 것처럼....저는 지금 down 인 것 같아요....
<후략>...”
김은주가 보낸 메일의 일부분이다. 은주는 맨해튼 할렘에 있는 중고교의 교사다. 미국판 전교조인 참교육의 창시자요 전 한인교사협회회장이다. 깍듯이 선생님으로 대우해야 하지만 난 그냥 “은주 은주”하고 조카딸 부르듯 한다. 아버지 김호웅선생이 내고향 평택북쪽 수원이고 어머니는 평택동쪽 여주출신이다. 아버지와 친한 걸 빌미삼아 가까운 체 하는 것이다.
은주는 한인사회의 쟌 다르크다. 그런데 오늘은 마틴루터킹 목사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좀 지쳐있는 혁명투사 루터킹의 모습으로...
▲ 2012-1-16 Gloogle 홈페이지
은주의 메일을 읽어 보다가 깜짝 놀랐다. 1월 20일이 루터킹 데이인줄 알고 있는데 오늘(16일)이기 때문이다. 연휴에 편리하게 오늘로 세나보다. 뒤늦게 제삿날을 알고 서둘러 제사상을 차리는 불효자처럼 나는 급히 루터킹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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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시절 루터킹은 우리들의 우상(偶像)이었다. 그에 대한 책을 바이블처럼 끼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루터킹 추모행사에 가 본적이 없다. 그런데 어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루터킹행사를 구경한 것이다.
언제나처럼 파라커웨이 럿셀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120여명이 모이는 동네흑인교회다. 예배 전반부였다. 두명의 중학교 흑인소년이 제단사이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 복장에 붉은 줄이 쳐진 후두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얼굴을 백인보다도 더 하얗게 색칠을 했다. 눈을 껌벅거릴 적마다 검은 눈동자는 더 크고 더 슬프게 빛났다. 물속을 탈출하려고 허우적거리면서 꿈틀거리는 낙지처럼 네 개의 검은 눈동자들은 춤을 추면서 회중(會衆)사이로 걸어 나갔다. 슬픈 몸부림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루터킹의 육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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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dream that one day this nation will rise up and live out the true meaning of its creed,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나라가 일어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는 진실의 강령대로 살아가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on the red hills of Georgia, the sons of former slaves and the sons of former slave owners will be able to sit down together at the table of brotherhood.”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들의 후손들과 노예소유주들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서 함께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even the state of Mississippi, a state sweltering with the heat of injustice, sweltering with the heat of oppression, will be transformed into an oasis of freedom and justice.”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부정과 억압의 열기로 찌는 듯한 미시시피주 조차도 언젠가는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4명의 어린 아이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개별성에 의하여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oday.”
오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down in Alabama, with its vicious racists, with its governor having his lips dripping with the words of "interposition" and "nullification", one day right there in Alabama little black boys and black girls will be able to join hands with little white boys and white girls as sisters and brothers.”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사악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는 앨라배마주, 연방정부의 법과 조치를 따르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뱉는 주지사가 있는 앨라배마주, 언젠가는 바로 그 앨라배마주에서, 어린 흑인 소년들과 어린 흑인 소녀들이, 어린 백인 소년들과 어린 백인 소녀들과 형제자매로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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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킹의 육성에 따라 소년들은 슬픈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소년들은 루터킹이 돼가고 있었다. 장내 모두가 루터킹이 돼가고 있었다. 98%가 흑인들이었다. 황색인 우리부부는 차라리 백인에 속했다. 우리도 백인편에 서서 흑인들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뜨거웠다. 장내는 고개를 숙인채 울고 있었다. 모두가 루터킹의 심장속에 들어가서 울고 있었다.
그때 팡파르가 울리면서 다른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Broken But I‘m Healed’
Byron Cage가 편곡한 Spiritual Dancing 곡이었다.
그러자 제단사이에서 10명의 무용수가 쏟아져 나왔다. 주일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복장은 두 명과 똑같았다. 검은 복장에 하얀 얼굴. 백인보다도 더 하얀 얼굴들. 그들은 뛰어나오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똑 같은 흑인들의 춤인데 180도 달랐다. 치유(治癒)와 자유(自由)와 해방(解放)의 춤이었다.
즐거웠다. 마틴 루터킹이 버락 오바마로 환생하여 백악관 춤을 추는 듯 했다. 시원했다. 흑인들의 8.15해방을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불과 10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내가 읽은 루터킹의 책 5권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루터킹이 살아났어요. 1968년 4월 4일 멤피스에서 암살당한 마틴루터킹이 역사속으로 살아나서 오바마대통령이 되고 타이거우즈가 되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단 말예요.”
예배당을 나서면서 아내의 손을 잡아줬다. 우리 부부가 흑인들이 사는 돌섬 시영아파트로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photo by Eunjoo Kim
은주!
힘내요. 도시생활이 피곤하면 돌섬으로 놀러 와요. 돌섬에는 주변에 널려있는 자연 모두가 샘터랍니다. 던킨 도너츠 커피한잔이라도 바닷가 돌섬에서 마시면 깊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여간 감미로운 영혼의 샘물이 되는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