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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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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花鬪)를 즐기는 목사부부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5-01-14 (수) 08:02:48

 

친구 박성래집사가 돌섬을 다녀갔다. 사랑을 선물로 내려놓고 가는 그를 배웅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이름을 부르려는데 이게 뭔가?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들킬까봐 얼굴이 붉어졌다. 친구를 보내놓고 이름을 추론(推論)해보기 시작했다. 범인을 색출하듯.

 

‘나와 동갑인 41년생. 경기도 양주출생. 경복중고 인하대졸업. 선수유니폼과 모자를 파는 Jersey상점을 30개나 거느렸던 뉴욕사업가. ”마음의 양식“ 라디오방송인, 그 이름은?’

 

얼굴은 보름달처럼 분명한데 이름은 깜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조금전에 다녀간 분이 누구지?”

 

아내는 대답대신 기절초풍이 먼저다.

 

“아이구 당신 큰일 났어요. 파킨슨병에 걸리더니 병이 악화되어 치매까지 왔군요. 2시간동안 정담을 나누고 헤어진 박성래집사님의 이름을 까먹다니?”

 

“그래 박성래야 박성래.”

 

난 잃어 버렸던 친구이름을 되찾아내어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다.

 

“걱정 마. 난 파킨슨병 전에도 깜빡이선수였어. 천재 에디슨도 그랬었다는데 뭘?”

 

낙심하는 아내에게 나의 망각일화(忘却逸話)를 소개했다. 내가 에디슨같은 천재이기 때문에 잊어먹기를 잘 한다는 듯이.

 

난 티슈와 내프킨 치매증세가 있다. 던킨도너츠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티슈와 내프킨을 까먹는다. 커피와 도너츠를 받고 티슈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영 생각이 안 난다. 수없이 외우고 들어가도 소용없다. 티슈말고 내프킨이라 해도 되는데 말이다. 머리를 굴리며 진땀을 빼는 날보고 예쁜 도너츠아가씨가 묻는다.

 

“May I help you?“

 

얼떨결에 둘러대는 임기응변.

 

“I like some kind paper."

 

“Oh! You like memo.”

 

아가씨는 친절하게 메모지와 펜을 내준다.

 

“Oh no no. I like soft paper.”

 

“Oh. Tissue & Napkin!”

 

나의 망각증세는 파킨슨증세가 아니라 천재증세라고 설명해도 아내는 완강하다. 결국 병원을 찾아가 의사의 판정을 받았다.

 

“치매는 아닙니다. 그러나 파킨슨환자들은 치매 예비치료를 받는게 좋습니다.”

 

의사는 치매예비치료로 매일 부부 화투를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끼가 많은 아내는 대환영이었지만 잡기(雜技)에 약한 나는 기가 죽었다. 난 초등학교때 부터 끼가 둔했다. 애들이 자치기 딱치치기 팽이돌리기 깨금발이를 하면 나는 멍하니 구경만 했다. 내가 반장이 아니었으면 애들은 나를 영락없는 바보로 취급했을 것이다.

 

중학교 졸업후 진학을 못하고 1년 반 동안 농사일을 했다. 농부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화투를 배우게 됐다. 민화투를 끝내고 육백을 배우는데 교회에 나가는 바람에 화투를 졸업했다. 그래서 내 화투실력은 민화투가 전부다.

 

우리부부는 매일 화투판을 벌렸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곤하고 졸려서 퍼즐이 잘 안 된다. 그런데 껍데기로 비광이라도 가져오면 졸음이 싹 가버리고 정신이 말짱해 진다.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돈내기 투전도 아닌데 아내는 승부에 목숨을 건다. 이기면 천만달라짜리 로또에 당첨된듯 만세삼창이다. 질때는 화산이 폭발한 초상집이 된다.

 

“여보, 이겨도 그만 저도 그만인 신선놀음으로 합시다. 초짜(初者)는 단돈 몇푼을 잃으면 앙앙불락(怏怏不樂)이지만 타짜(高手)는 천하를 잃고도 의연한거요. 우리가 화투를 하는 목적은 타짜인생이 되려는것 아니겠오?”

 

“아멘 이어요.”

 

아내가 아멘이다. 이상하다. 40년 목회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지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설교를 수없이 해왔다. 지는걸 싫어하는 아내는 거부했다. 그런데 은퇴하여 화투를 하면서 아멘이라니? 아내는 화투체질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때부터 아내는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싸움도 시들해져 버렸다. 70이 넘은 우리부부는 유치원 꼬마들의 공기놀이처럼 화투를 즐겼다. 민화투에 도사가 됐다. 그러다 보니 민화투가 시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빠, 우리 고스톱해요. 이모가 그러는데 민화투는 초짜들이 하는 거래요.”

 

은범이가 고스톱 판을 깔았다. 언니 진명이와 이모댁에 새해세배인사를 갔다가 고스톱을 배웠단다. 미식축구처럼 룰이 복잡했다. 광5개면 20점, 고돌이 5점, 홍단, 청단, 초단에 3점, 띠를모아도, 열끗자리를 모아도, 껍데기를 모아도 점수가 나온다. 3점부터 스톱을 할 수 있다. 뻑도 있고 따따불도 있는데 여간 복잡한게 아니다.

 

은범이와 셋이서 고스톱을 쳤다. 아내와 은범이는 고득점을 노리느라 비싼 패를 긁어모은다. 난 뭐가 뭔지 정리가 안돼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껍데기만 주어모았다.

 

“스톱!”

 

3점짜리 청단에 성공한 아내가 스톱을 걸었다. 나는 게임도중에 TKO패를 당한 복싱선수처럼 멍멍했다. 그런데 수북히 쌓인 내 껍데기를 세어보던 은범이가 소리쳤다.

 

“와, 아빠가 역전승했어요. 껍데기를 열심히 15개를 주어 모은 아빠가 5점으로 이겼어요. 처음 치는 고스톱에서도 우리를 이기는걸 보면 아빠는 절대로 치매가 아니에요. 아빠는 천재에요. 화투천재...”

 

은범이는 완치를 확인해 주는 의사처럼 즐겁게 외쳤다. 화투는 치매를 치료해주는 예쁜 꽃싸움(花鬪)이다. 화투를 만졌다하면 강남 복부인들도 망한다는데 나는 화투효험을 많이 보는 셈이다. 세상에 화투로 재미 보는 남자는 나와 조영남뿐일것이다. 조영남은 화투그림으로 돈을 꽤 벌었을 테니까....

 

 


 

조영남 비광.jpg

                                                               ▲ 화투화가 조영남그림 “비를 맞고 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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