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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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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오줌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10-03 (목) 22:36:11

 

 

“목사님, 이번 여름에는 돌섬통신이 뚝 끊겼습니다. 무슨 일 이라도 생겼습니까?”

“우리 부부는 돌섬통신 애독자입니다. 격주간으로 오던 돌섬통신이 안온다고 저보다 아내가 더 궁금해 합니다. 목사님 신변에 무슨일이 생겼나 걱정입니다”

 

 

이웃 퀸즈에서 멀리 세인트루이스에서 올라오는 전화와 메일입니다. 돌섬통신이 뜸해지자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지만. 무소식이 길어지면 죽었나보다 보다!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돌섬통신을 씁니다. 이번 돌섬통신내용은 돌섬통신을 못 보낸 사연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거의 돌섬통신을 쓰지 못했습니다. 돌섬통신은 커녕 여름 내내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지냈습니다.

 

 

지난해 겨울부터 소설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김재규가 독재문제를 다투다가 박정희를 쏴 죽였습니다. 자신은 전두환에게 죽습니다. 둘다 죽었지만 죽음 너머에서 만난 두 사람이 형님 아우! 하면서 반가워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김재규와 박정희의 복권(復權)이지요. 250페이지짜리입니다. 220페이지 까지는 일사천리로 써 나갔습니다. 마지막 30페이지만 채우면 됐습니다. 화룡점정(畵龍點睛)만 찍으면 되는 셈이지요.

 

그런데 잘 달려가던 적토마가 서버렸습니다. 아무리 채찍을 가해도 한줄도 나가지 못합니다. 글이 써지지를 않습니다. 억지로 써봤더니 손가락이 굳어져갔습니다. 독수리타법으로 치는 타자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쉬어야 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글을 버리고 아프리카의 원시인처럼 자연인으로 살아야할 것 같소” “웰컴 이에요. 금년 여름은 폭염이라서 에어컨을 켜도 더웠는데 잘 됐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훌훌, 옷을 벗었습니다.

 

“우하하, 아프리카 나체족 피그미 추장사모님이 왕림하셨네”

 

키가 작은 아내는 피그미 싸이즈입니다. 70할머니의 뱃가죽이 그럴 듯하게 늘어져 있어 영낙 없는 피그미족여인입니다. 내가 민망해 하자 아내가 설교합니다.

 

“여보, 우리 둘만 사는데 좀 벗으면 어때요? 이불속에서 벗으나 대낮에 벗으나, 눈 가리고 아웅하나 눈뜨고 아웅하나, 아웅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의사가 그러는데 사람의 몸은 해빛과 바람을 쬐어줘야 건강하고 아름답답니다. 인체에서 제일 중요한곳이 성기와 항문인데 가끔씩 벗어 줘야 좋대요. 그래서 옛날 부모님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어린애들을 천둥벌거지로 벗겨서 밖으로 내몰아 뛰어다니게 했어요.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도 벌거벗고 살았구요. 아담이 되려면 당신도 벗어야 해요”

 

 

알몸체험을 하고나서 깨달은 게 많습니다. 자연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간접 체험보다 알몸으로 부디치는게 몇배의 약효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부부는 일어나자마자 조각밭으로 나갑니다. 아침이슬이 맺힌 풀을 맨손으로 뽑아가며 김을 매줍니다. 지난밤 꿈에 시달려 무거웠던 머리가 상쾌해집니다. 파종을 할때는 신을 벗고 일합니다. 맨손 맨발에 묻은 흙이 피붙이처럼 살갑게 느껴집니다.

 

우리부부는 오후에 바다로 나갑니다. 짧은 바지에 맨발로 모래위를 걸어 다닙니다. 옷을 벗고 걸으면 해빛과 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걷다가 힘이 부치면 물속에 뛰어들어 파도에 몸을 내 맡긴채 쉽니다. 바다와 내가 하나가 돼버립니다. 하나가 될 때 쉼과 즐거움 끝에 자연치료가 됩니다.

 

 

해변을 걷는데 오줌이 마려웠습니다. 망망대해 명사십리에 화장실이 있을리 없어요. 바다에 대고 바지를 내리자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여보, 야만인처럼 그게 무슨 짓이에요?”

“왜 어때서? 나도 오늘 멋지게 장군의 오줌을 누어 보려고 그러오”

“당신이 코흘리개 시절 벌거숭이로 뛰어 놀다가 대놓고 오줌쌌다는 이야기는 들은적 있었지요. 그런데 장군의 오줌이라니?”

 

 


www.en.wikipedia.org

 

 

6.25가 한창이던 1952년 12월입니다. 미국대통령당선자 아이젠하워장군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중부전선 고지능선에서 망원경으로 적진을 살피던 장군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습니다.

 

“부관, 야전 화장실이라도 없나?”


화장실이 있을리 없습니다. 당황한 부관은 빈 우유통을 대령했습니다. 김영삼대통령이 고대생 데모대에 막혀있을 때 자동차안에서 소변봤다던 그 우유통입니다.

 

“That's O.K, no problem!"

 

 

씩 웃으며 거절한 아이젠하워는 적진이 있는 북녘을 향하여 거침없이 바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대포를 꺼내어 갈겨버렸습니다.

 

수행원들은 질려버렸습니다. 수많은 외신기자들 특히 여기자들은 쥐구멍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입니다. 곧 이어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와! 과연 장군의 오줌이로구나!”

 

쉬를 보고난 장군이 이랬으니까요.

 

“어, 시원하다. 백악관 대리석 화장실에서 본 것 보다도 원더풀이야!”

 

당시 국민학생이던 난 탄식했습니다.

 

‘오냐, 두고 보자. 내 장차 미국 가서 미국 땅에 대고 장군의 오줌을 누어주마’

 

내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깔깔 웃었습니다.

 

“여보, 당신이 미국바다에 장군의 오줌을 누었으니 대통령이 된 기분이겠소”

 

몇년전 노자연구가의 유고문집을 써준적이 있습니다. 감신대를 나온 박성용목사는 충남대 대학원에서 2년간 노자를 공부했습니다. 아틀란타 에모리대학에서 10년간 노자연구로 박사논문을 마쳤습니다. 그분의 일대기를 쓰다 보니 노자지식을 꽤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옷을 벗고 살다보니 무위자연이 와 닿습니다. 여전이 이해는 못하지만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처럼 말입니다. 무위자연은 신선의 삶입니다. 은퇴자는 모든걸 훌훌 벗어버리고 무위자연으로 살아야 합니다. 벗어버리고 지낸 이번 여름은 노자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름같습니다. 덕분에 건강도 회복됐구요. 그런데 현역에서 무위자연 하다간 망합니다. 이를 악물고 싸워야 합니다. 휴가때라면 몰라도. 그래야 승리하니까요.

 

“당신이 돌섬통신을 다시 쓰는걸 보니 몸이 좋아진 것 같아요. 여름도 끝나가니 이제 우리 고만 벗읍시다"

 

아내가 자켓을 걸치면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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