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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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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들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12-17 (화) 12:34:04




돌섬관광이 중단됐습니다. 돌섬으로 천사가 날아들어 민박을 할수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일찍이 우리집에 세명의 천사를 보내주셨습니다.



큰딸 진명 둘째딸 은범 아들 해범은 하나님이 우리가정에 보내준 천사들 이름입니다. 아기천사들의 강아지시절 잠버릇이 참 재미있습니다. 진명이는 자다가 깨면 금붕어 입을 벌려 하품을 합니다. 눈을 꿈벅거려 동그랗게 만든 후 방바닥으로 기어갑니다. 과자부스러기를 집어 입에 넣지요.



둘째딸 은범이는 잠을 깨면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제낍니다.



“은범아, 어디 아프니? 배고프니? 장난감 여기 있어. 과자도 있네.”



엄마 아빠가 달려오고 할머니가 달려옵니다. 온 집안식구들이 달려들어 빌고 달래고 사정을 하면 그 제사 못이기는 척 빙그레 웃습니다.



해범이는 깨도 그만 자도 그만입니다. 누나들이 짓 굳게 흔들어 깨웁니다. 그러면 놀란 눈으로 누나들을 바라보고는 다시 잡니다. 실망한 누나들이 달려들어 두 다리를 붙잡아 거꾸로 들어 올립니다. 어떻게 된 애가 공중 물구나무 상태에서도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자는 박쥐처럼 말입니다.



그게 한살 때 버릇들입니다. 30이 넘었는데도 그때 그 버릇대로 살고 있어요. 세 살 때 버릇 여든살까지 간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진명이는 실속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아파트를 사뒀습니다. 알키택처를 전공한 은범이는 주변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서울금화초등학교 5학년때 “산딸기”란 시를 써서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옹달샘 곁에 자그만 나무하나/ 속에서 움틀 움틀 피어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물 한 모금 먹고 나서/ 빨간 열매 활짝 펴 군침 돌게 한다“



해범이는 용의주도한 돌다리입니다. 고1때 운전을 시작했는데 여지껏 접촉사고 한번 낸적이 없습니다. 엄마아빠의 부부싸움을 화해시키고 누나들을 카운셀링하는 우리 집 조정관입니다.



첫째 중학교 졸업, 둘째 초등학교 졸업, 셋째 초등학교 3년을 마치고 이민 왔습니다. 나는 한번도 애들의 성적표를 보자고 한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알게 마련이니까요. 둘째 은범이는 성적표를 받자마자 달려옵니다. 일등을 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와 막내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진명이가 문영여중 반장을 한걸 보면 우등생이 틀림없습니다. 막내 해범이가 브루클린텍에 가겠다기에 놀랐습니다.



“얘야, 브루클린텍은 동부의 MIT로 알려진 명문 사립공대인데 네가 어떻게 가니?”



“아빠, 저도 여지껏 일이등을 놓쳐본적이 없어요.”



“....?”



브루클린공대를 다니던 녀석이 어느 날 당구우승트로피를 가져왔습니다. 교내 당구대회포스터가 보이더랍니다. 3일간 혈전 끝에 우승했답니다.



“저보다 잘 치는 애들이 수두룩해요. 그러나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 천하장사도 제풀에 주저앉게 마련이지요.”



내가 작은 미녀(?)와 결혼하는 바람에 아들은 키가 크지 않습니다. 대신 몸이 두껍고 얼굴에 화광이 가득하여 군계일학처럼 보입니다. 지난달에는 500명이 달려 붙은 미식축구 이긴팀 맞추기에서 공동일등을 해서 3400불을 땄답니다.



세 남매중 둘째딸 은범이를 제일 사랑합니다. 얼굴도 성격도 나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보다 문제가 많기 때문이지요. 심방때 떼를 쓰고 따라다녔습니다. 문제가정을 다녀오면 세 살짜리가 3일 동안 펄펄 끓고 알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천하무적의 고집불통이 됐습니다.

암벽등반도구 산악용자전거 카약 독일제 카메라를 사내더니 자동차를 사달랍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15분이다. 아빠차를 쓰면 되지 여고생이 왠 자가용이냐?”



은범이는 기어이 6기통 자기차에 카약 자전거 등산도구 카메라를 싣고 신나게 질주했습니다. 카약을 타고 격류에 휩쓸려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암벽등반 도중 바위에 추락하여 죽은 줄 알았습니다. 병원으로 옮겼더니 멀쩡하게 깨어났습니다. 그애 속에는 나이트메어가 숨어있어서 충동질하는 것 같습니다. 보다도 위기 때마다 자비로운 손길이 나타나 구해주는 것 같습니다.



대학졸업하면서 철이 들었습니다. 모든걸 버렸습니다. 5백불짜리 가죽점버 대신 3불짜리 중고품을 입고 다닙니다. 직장에 열심인 효녀입니다. 애인도 만났습니다. 은범이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혀대던 나이트메어가 떠나 가버렸구나.



그런데 이게 뭡니까? 7년동안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져버렸습니다. 극도의 자신감 상실입니다.



“이젠 너무 지쳐 피곤해요. 엄마 아빠 있는 곳에 가서 푹 쉬고 싶어요.”



우리 애들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립해 나갔습니다. 낭만과 예술의 거리 부르크린 윌리암스버그에 까치집을 얻어 삽니다. 은범이가 둥지를 떠난지 15년만에 돌아온 것입니다. 원 베드룸 시영아파트 돌섬으로 기어들어온 것입니다.



얼마전 뉴저지에 사는 김목사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둘째따님이 어떻게 지내나요? 목사님 책을 다시 읽다가 생각났어요”



“멀고먼 알라바마“얘깁니다. 그 책에 유럽을 여행중이던 은범이가 보낸 편지구절이 나옵니다.



‘엄마 아빠, 여기는 프라하예요.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체코의 수도이지요. 세상에 이렇게 그림같은 도시가 있을까요?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아름다운 건축미술도시예요. 이 도시는 추워요. 허전해요. 외로워요. 전쟁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을 기다리는 도시처럼....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황홀할수 있을까요?’



나는 속이 울컥했습니다.



“은범이는 요즘 돌섬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은범이 때문에 우리는 부부싸움도 못하지요. 덕분에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습니다. 은범이에게서는 세 살때의 귀여운 모습이 살아나 사랑스럽구요. 은범이는 하나님이 돌섬에 보내주신 천사이지요. 우리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를 사람으로 만들어 육지로 돌려 보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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