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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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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에 돌아가신 어머니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4-03-23 (일) 13:54:43

 

 

2014년 3월 3일 오전 10시 30분.

 

 

“따르릉 따르릉”

 

대낮인데도 어둠을 헤치고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벨소리.

 

“작은아버지, 평택 희범이에요. 아버지 바꿔드릴께요.”

(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구나)

 

형님의 목소리.

 

“한시간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

 

형님은 겨우 그 말만 하고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나는 눈물이 나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우리 형제는 울기만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끝내고 아내와 울었다. 소식을 듣고 진명 은범이가 달려왔다. 딸들을 보자 더 슬픔이 북바쳐 올라왔다. 따라 울던 은범이가 웃으면서 위로했다.

 

“아빠 우는 모습 첨 봐요. 아빠가 성찬식(聖餐式)을 집례할 때 말고는 생전에 우는걸 보지 못했어요. 14년 전 할아버지가 83세로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으셨어요. 할머니는 101세로 믿음 좋은 권사님으로 돌아가셨으니 호상인데 왜 우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더 눈물이 나왔다.

 

“얘들아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찬송을 부르면서 추모예배를 드리자.”

 

‘내주를 가까이’를 불렀다. 어머니는 ‘야곱찬송’이라고 하셨다. 야곱이름이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이다. 신학교 찬송가학시간에 공부해보니 ‘야곱찬송’이라고 기록돼 있다. 어머니는 박식도 하시다. 눈물이 나와 장송곡(葬送曲)처럼 슬펐다.

 

“할머니가 좋아 하시는 성경구절은 없나요?”

 

은범이가 울면서 물었다.

 

 

“왜 없겠어? 할머니는 생전에 신구약성경을 50번이상 읽으셨어. 성경 암송대회에 나가서 은메달을 따기도 하신걸.”

 

“와! 우리할머니 멀짱이시네! 은메달 이야기 들려줘요.”

 

울던 딸들이 손벽을 치면서 웃어댔다.

 

“지금부터 70년전 할머니 다니시는 시골교회에서 야외예배를 갔었어. 보물찾기를 끝낸 목사님이 즉석 성경암송대회를 선언하셨지. ‘자 이제부터 성경암송대회를 합니다. 미리 광고가 없기에 진짜 실력이 나올겁니다’ 젊은 청년이 나와서 시23편을 줄줄 외웠지. 그런데 그다음에 아무도 안 나오는 거야. 그때 아줌마인 할머니가 썩 나섰지. ‘어어, 이은혜자매는 한글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아냐?’. 교인들은 놀랐어. 그러나 학처럼 목을 길게 뺀 할머니는 낭낭한 목소리로 성구를 외웠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獨生子)를 주셨으니 누구던지 저를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으리로다. 요한복음 3장 16절”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할머니가 성경을 읽었을 리가 없지. 주일학생들이 부르고 다니는 요한복음 3장 16절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외워 버린거야. 곡조를 쏙 빼고 가사만 읽어 댄거지.

 

‘목사님 그건 주일학교노래 아닙니까?’ 항의 했지만 목사님은 2등을 선언해 버리셨어. ‘맞아요. 그러나 정확한 성경구절입니다. 그래서 이은혜자매가 2등입니다“.

 

“와 우리 할머니 슈퍼 코미디우먼 이야요.”

 

“놀라운건 그다음부터야. 할머니는 그길로 성경찬송을 구입하신후 열심히 따라 읽고 부르면서 한글을 깨우치셨어. 그래서 성경 50번 읽은 권사가 되셨지”

 

3월 9일 주일에는 아들과 사위까지 모였다. 난 자녀들에게 가족신앙사를 이야기 해줬다. 우리집안의 신앙의 조상은 할머니 이은혜권사님이다. 할머니의 자손 7남매중에 목사1명 장로 2명 권사2명 나머지는 집사들이다.

 

“와! 대단하네요. 그런데 어떻게해서 할머니께서 예수믿게 됐어요?”

 

아버지가 글갱이로 양자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딸을 낳은후 어머니는 어렵게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손위 형 이계승장로님이다. 7살쯤 되던 어느 봄날 밖에 나가 뛰어놀던 형이 이웃집 강아지에 물렸는데 광견병에 걸려버렸다. 미친개처럼 미친짓을 하다가 죽는 무서운병이다.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녔지만 백약이 무효. 아버지께서 교회를 권유(勸誘)하셨다.

 

“글갱이 부자 큰박서방부인이 병들어 교회나가고 있다하오. 당신도 큰박서방부인 따라서 애 데리고 교회 다녀봐요”

 

그때는 교회가 능력이 있었다. 얼마후에 큰박서방부인도 우리형도 깨끗이 나았다.

 

“병원에 다니던 환자가 완쾌됐으면 그만 다녀야 하는 것 아냐?”

 

 

큰박서방 부인은 소리치는 남편이 무서워 교회를 그만뒀다. 어머니는 그래도 나갔다. 화가 난 아버지는 찬송 성경을 찢어 아궁이에 던진후 어머니에게 달려들어 개 패듯했다. 난 어머니가 맞아죽는 줄 알고 무서웠다. 장롱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집안이 떠나가도록 악을 써 가면서 울어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유난히 목소리가 컸다. 있는 힘을 다해 울어 대는 네살박이 아들의 울음소리에 질린 아버지는 씩씩거리면서 건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당신의 가슴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화가 난 고릴라처럼 괴성(怪聲)을 질러대면서. 나는 매를 맞다가 살아난 어머니의 품속을 파고 들면서 소리내어 울었다.

 

“엄니 엄니, 예배당에 다니면서 아부지한테 매 맞지 말고, 큰 박서방네처럼 예배당 그만두고 매 맞지 마아.”

 

어머니는 나를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우셨다. 당신은 목숨 걸고 예배당엘 나가는데 내가 철딱서니 없이 교회나가지 말라고 하자 더욱 서러우셨던 모양이다. 두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 쥐고 뜨겁게 기도하셨다. 머리에는 어머니의 눈물이 뜨겁게 떨어지는데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목사안수를 받은 것 같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70년전이다. 아버지(83세)는 집사로 어머니(101세)는 권사로 천국가 셨지만 7남매는 신앙으로 살아간다. 남편이 무서워 교회를 그만둔 큰박서방부인은 머리가 돌아버리더니 우리 논 우물에 빠져 죽었다. 글갱이 제일 부자인 큰박서방네는 얼마후 시름시름 망하더니 황성옛터가 돼버리고 말았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와 얽힌 지나간 이야기들이 무용담(武勇談)처럼 그립기만 하다.

 

 


▲ 어머니 백수잔치사진. 자녀들이 700만원을 모아 잔치를 해드렸다 -앞자리 딸들 뒷자리 아들 사위 며느리. 우리부부와 막내아들이 안 보인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3:0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노창현 2014-03-23 (일) 14:46:07
목사님

이제야 부음을 접하게 되어 인사도 미처 못여쭸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정말 훌륭하신 어머님이십니다. 천국에서 자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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