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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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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복과 차복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4-06-01 (일) 02:29:46


 

목사들이 모이는 소그룹 모임에 가보니 은퇴목사는 달랑 나하나 뿐이었다. 은퇴하여 시간도 많을텐데 왜들 안 나왔을까?


 

“조목사님은 은퇴하자마자 사모님이 장기입원환자가 되어 매일 병원출근이랍니다.”


 

“박목사님은 사모님이 암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느라 눈 돌릴 틈이 없답니다.”


 

“이목사님은 요양원에 입원중인 사모님을 간병하느라 나올 시간이 없답니다.”


 

“이분 사모님들은 기도와 봉사로 교회를 부흥시킨 모범사모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착하고 충성된 여종아, 네가 맡은 일에 충성했으니 은퇴 후에는 편히 쉬면서 여생을 즐겨라’ 하실줄 알았어요. 그런데 은퇴하자마자 병마에 시달리는 거예요. 긴장이 풀려버려서 그런가 봐요. 그 목사님들은 지지리도 처복(妻福)이 없네요.”


 

귀가 번쩍했다. 내 아내는 기도 잘하고 봉사 좋아하는 착하고 충성된 여종과는 거리가 멀다. 목회 할 때는 비실비실하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은퇴하자마자 출옥성도처럼 펄펄 날라 다닌다. 은퇴 1년 지나고 나니 10년은 젊어 보인 다고 야단들이다.


 

(그렇다면 나야말로 처복을 받은 목사라구나. 열명 효자 보다 한명악처가 낫다고 했다. 목회할때 기도헌신으로 교회를 부흥시켰지만 은퇴하자마자 병마에 시달려 남편을 괴롭히면 곤란하다. 비록 악처 소문을 들었어도 건강하게 은퇴생활을 즐기는 아내가 얼마나 고마운가? 건강한 악처가 병든 양처보다 낫구나!)


 

나는 별안간 팔불출이 되어 마누라자랑을 하고 싶었다.


 

“젊은 목사양반들의 처복타령을 들어보니 나야말로 크게 처복을 받은 목사같소. 내 아내는 결혼 50년 동안 무병장수인데 은퇴후에는 더 젊어졌다고 부러워 한답니다.”

반응이 뜻밖이다.


 

“아이구 목사님, 답답한 이야기 그만하세요. 한여자와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지내는 건 건강해도 지겨워요. 처복이란 여성구국봉사단장 최태민목사처럼 10년 사이에 여러번 부인을 바꾸는 남자들을 처복이 많다고 말하는 거랍니다.”



 

키가 160센티를 조금 넘는 최태민은 중졸출신에 불과했다. 그런데 여복이 탁월하여 6번이나 장가를 갔다. 본처 외에도 수많은 여자들을 건드렸다. 63살적에는 20대의 박근혜에게 접근하여 억수로 돈을 긁어모으기도 했다. 처복이 있는 남자는 여자를 버릴수록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난다. 그래서 자꾸만 아내를 갈아치우나보다.


 

‘평생 일편단심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와는 거리가 멀구나..’


 

나는 처복 콘테스트에서 낙방한 기분이었다. 이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운전 중 인데 차가 이상해요. 깜빡등이 꺼지지 않고 계속 깜빡거려요.”


 

“하하하하, 난 차가 이상하다고 해서 가슴이 덜컹했지. 겁내지 말고 계기판 오른쪽 아래 빨간줄 삼각형을 누르면 돼요.”


 

잠시 후 차에 이상 없음을 외치는 아내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나에게는 처복(妻福)이 아니라 차복(車福)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근래 10년 사이에 고급 외제차 4대를 바꿔가면서 몰고 다닌다. 난 노인아파트에서 정부보조로 사는 가난뱅이 은퇴목사다. 그런데 재벌영감처럼 고급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차복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연이 간증감이다.


 

2004년. 끌고 다니던 현대쏘나타가 고장 나서 버렸다. 현대 새차를 사려고 모아둔 1만3천불로 중고 렉서스를 샀다. 8만 마일을 뛴 1998년도 형. 조랑말을 타던 방자가 관운장의 적토마를 타고 대륙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4년간 무탈하다가 아내가 직진 운전하는 데 누가 좌회전을 하면서 들이받았다. 보험금 8500불이 나왔다. 조금 다친 아내는 직장수당도 받고 보너스격으로 1만불을 더 받았다. 렉서스에 맛들인 우리는 중고렉서스를 찾아 뉴저지 일대를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8만5천 마일을 뛴 2001년도 랙서스를 6500불에 샀다. 1만3천불짜리 랙서스를 살 당시 보다 성능이 더 좋았다. 남의 차 훔쳐다 파는 사기꾼에게 속아 산게 아닐까? 타이틀이 나올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2012년 10월 태풍 샌디가 돌섬을 강타하는 바람에 애마 렉서스가 바다 물에 잠겨버렸다. 국가로부터 1만불이 나왔다. 6500불에 사서 3년을 타고 1만 불을 받은 것이다. 더 멋진 일제차가 없을까? 11만 마일을 뛴 1998년도 형 닛산 SUV(Sport Utility Vehicle) Path Finder를 샀다. 4500 불. 도요타에서 닛산으로 옮겨 타는 순간이었다. 탱크처럼 단단하여 20만마일 까지는 문제없어보였다.


 

일본에는 8개의 자동차회사가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이 빅스리. 렉서스를 만들어 내는 도요타는 여성스럽고 혼다는 실용적이다. 렉서스의 대항마 인피니티를 생산하는 닛산은 스포티하고 남성적이다. 2차대전때 일본 탱크를 제조했던 닛산은 전통을 살려 탱크처럼 엔진이 강하고 차체가 탄탄하다.


 

내가 산 패스파인더는 심폐기능이 강한 남자처럼 산악을 달려도 끄떡없다. 사륜구동이기에 힘이 천하장사인데 휘발유를 잡아먹는 하마다. 내 나이 70노인이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스포츠카를 모는 젊은이가 된다. 이 놈을 몰고 9개월을 탱크처럼 달리는데 신호등에서 뒤차가 들이받았다. 운전석은 안전한 요새라서 난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보험금 5500불을 받고 폐차처분.

“4500불에 사서 9개월 타고 5500불 받았으니 됐어요. 닛산의 남성미에 반했으니 이번에도 닛산으로 삽시다.”


 

열흘동안 뉴욕 뉴저지일대를 뒤졌다. 그러다 20분 거리에 있는 브루클린에서 닛산 Infinity를 만났다. 8만5천 마일을 달린 2004년형을 6천불에 샀다. 너무 싸고 너무 좋아 의심이 갔다. 차 주인이 하도 친절하고 자상하여 불안했다. 몰몬교 선교사였기 때문이다. 세월호주인 구원파 유병언처럼 사기치는 이단 아닌가?


 

그런데 차를 산후 9개월 동안 탈 없이 잘만 굴러가고 있다. 차주인은 사기꾼이 아니라 인간천사였다. 인피니티는 렉서스보다도 성능이 우수하다. 이민 28년 동안 캐딜락, 렉서스를 타봤지만 최고를 뽑으라면 난 주저없이 닛산의 인피니티를 꼽겠다. 인피니티는 강한 엔진 때문에 장거리 고속주행에 더 좋다. 지난겨울에는 이놈을 몰고 뉴욕 업스테이트를 찾아 눈 속을 달렸다. 행복해 하는 아내의 손목을 잡고 나는 처복을 외쳤다.


 

“은퇴말년에 고급 외제차 인피니티를 타고 건강한 아내와 함께 눈 덮인 만산만야를 달리니 이만하면 처복(妻福) 아닌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3:0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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