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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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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아니고 김대중도 아닙니다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2-10-21 (일) 12:49:37

 

“박정희가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도 60년대 초의 가난을 살고 있을겁니다. 피똥을 싸면서 보리고개를 넘던 굶주림을 해결하고 경제대국을 이룬 건 순전히 박정희대통령덕분이지요.”

 

“김대중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도 북한처럼 독재체제 아래서 신음하고 있을 겁니다. 김대중은 미국과 자유세계가 보호하는 세계적인 민주투사이기에 박정희도 전두환도 어쩌지 못했지요. 동경에서 김대중을 납치하여 수장하려 했지만 미국첩보비행기가 달려드는 바람에 죽이지 못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있어서 한국은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꽃 피웠습니다.”

 


 

그건 아니다. 박정희도 아니고 김대중도 아니다.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건 박정희가 아니다. 한국을 자유민주국가로 만든 건 김대중이 아니다. 박정희와 그에게 아첨하는 간신들은 박정희가 아니면 한국이 망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삼선개헌으로 장기 독재하다가 아예 영구독재하려고 유신체제를 만들었다.

그런데 박정희는 안가(安家)에서 미녀 여대생들과 황음무도(荒淫舞蹈)를 즐기다가 부하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박정희가 없으니 경제성장이 후퇴하고 나라가 망하던가? 아니다. 해마다 발전하여 지금은 박정희 사망당시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김대중도 그렇다. 추종자들은 선상님 가시면 민주체제 망하는 줄 알고 걱정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섰어도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하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도 한국 민주주의는 끄떡없을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한국경제는 계속 성장 할 것처럼.

 

전라북도 익산에서 첫 목회를 할 때였다. 노방전도를 하다가 그럴듯한 남자를 만났다. 장상(將相)의 기개가 얼굴에 넘쳐흐르는 장부였다.

 

“선생님은 민주당 소장파 보스 이철승보다 인물이 낫습니다”

 

“허허, 내가 철승이 하고 전주 북중 다닐 때 라이벌이었지요. 철승이는 역도를 하고 난 검도를 했어요. 공부면 공부, 싸움이면 싸움, 철승이가 한수 아래였지요. 졸업후 난 일본으로 유학가고 철승이는 고대전신인 보성전문에 들어갔어요.”

 

내가 목사 되고나서 첫 번째로 세례를 준 이승룡장로 얘기다. 익산의 부자로 태어나 30대초에 남원군수를 지내던 그는 5.16으로 쫓겨나 이를 갈고 있었다.

 

“그래도 박정희가 경제건설만은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독재로 하는 건 누군 못합니까? 민주주의로 해야지요. 독재개발은 독재자와 추종자들이 재미를 독점하면서 성장하여 경제균형을 잃습니다. 짐은 곧 국가라고 하다가 단두대(斷頭臺)의 이슬로 사라진 프랑스의 독재자 루이 14세처럼 결국은 본인도 국가도 망하게 마련이지요. 김일성도 처음 24년 동안은 남한보다 훨씬 잘 살게 했어요. 독재개발은 쉬우니까요. 장기세습독재 하는 바람에 지금은 남한의 30분의 1로 쪼그라들고 말았지요. 민주주의 경제개발은 더디고 어렵지만 계속 성장합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보람과 분배이득이 있어서 좋은 것 이지요.”

 

60년대 인기라디오 드라마 “광복 20년”을 쓴 이영신은 역사관 바르기로 유명하다. 그가 쓴 “격동 30년”에는 5.16의 비사(秘史)가 적나라(赤裸裸)하게 적혀있다.

 

<5.16은 장면 정권이 부패무능하고 연일 데모로 사회가 혼란에 빠져서 구국일념으로 일으킨 군사혁명이 아니었다. 정치군인 박정희일파는 자유당시절부터 줄기차게 구데타를 모의하고 있었다. 4.19혁명으로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데 장면정권이 들어섰다. 데모가 격심하자 사회혼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장면은 민주당구파 유진산의 도움으로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데모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조시로 가면 곧 안정과 번영이 온다. 기회 놓칠까봐 애가 탄 그들은 구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했다. 장면정부가 만들어놓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다. 장면정부의 장기 경제개발계획 총책임자는 장준하였다. 그래서 장준하는 끝까지 박정희와 대결하다가 등산길에서 의문사 당한다.>

 


 

경제대국을 일으킨 건 박정희가 아니다. 장면정부의 경제개발청사진을 도둑질하여 이룩해 놓은 것뿐이다. 그렇다고 장면정부는 더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도 김대중이 이룩해 놓은 게 아니다. 박정희도 아니고 김대중도 아니다. 그러면 누구란 말인가?

 

한국국민이다. 한국인의 국민성이 민주화와 경제대국을 건설해 놓은 것이다. 국민성이 우수한

국가는 누가 지도자가 돼도 발전하고 번영한다. 국민성이 약한 국가는 지도자에 의하여 반짝 성장하다가 지도자가 죽으면 후퇴해버린다. 박정희가 갔어도 한국경제는 승승장구(乘勝長驅)하고 있다. 김대중 없어도 한국 민주주의는 만개하고 있다. 국민성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은 일등국민이라서 일등 국가를 만들고 있다. 그리스 중국 인도는 소크라데스 공자 부처같은 지도자를 냈지만 국민들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게으르게 살고 있다.

 

한국인은 보통민족이 아니다. 5천 년간의 외압을 견뎌낸 민족이다. 동학란을 일으켜 평등사회를 꿈꾼 민족이다. 서독광부로 팔려간 한국의 남자들은 1천미터 아래로 내려가 땅굴을 파고 석탄을 캐내어 마르크를 벌어드렸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내 집 내 가게를 마련하는 민족은 단연 한국인이다. 영리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25년 전 이민와보니 잘 사는 미국인들은 키가 컸다. 키가 작은 남미계통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우리는 거인국에 온 난쟁이들처럼 기가 죽었다. 민족고유의 명절이 왔어도 월드컵 4강을 했어도 우리는 맘 놓고 태극기 카퍼레이드를 못했다. 테러 당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내 집을 갖고 있어도 된장찌개를 못 끓여 먹었다. 몬도가네를 먹는 야만족 취급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맘 대로다. 현대차가 거리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TV가 미국인의 안방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낭자들이 미국 LPGA를 호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다. 축구는 브라질에게 질지 몰라도 다른 건 모두 이길 수 있는 우수민족이다. 우리는 능히 민주주의와 경제대국을 이룩할만한 민족이다.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김대중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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