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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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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을 다녀간 힐러리(?)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03-06 (수) 13:49:01

 

아들 해범이가 운전하는 7인승 렌트카는 부드럽게 잘도 달렸다.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 에 있는 워싱턴광장에 도착한건 오후 3시. 파킹을 하고 백악관(白堊館)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저녁나절이 될 때까지 우리는 워싱턴 광장에서 헤매고 있었다. 광장을 걸어 50분을 돌아가면 백악관인데.

 


 

백악관으로 가는 길목마다 발목을 붙잡는 명소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우주박물관, 워싱턴 기념탑, 링컨메모리얼 센터, 레이건대통령 기념관, 6.25참전용사 조각공원, 벚꽃공원, 유태인학살 기념관, 알링톤 국립묘지, 포토맥강....

 


 

우주박물관에 들렸더니 애들이 뛰어다니는 바람에 한 시간을 넘겨버렸다. 여기저기를 들리다보니 반도 못가서 지쳐버렸다.

 

“이렇게 합시다. 힘든 사람들은 워싱턴광장 벤치에 앉아 쉬면서 대충대충 눈 구경으로 사방을 둘러봐요. 나는 백악관을 꼭 구경해야겠다는 희정이를 데리고 백악관을 다녀올 테니까”

 


 

희정이와 걸음을 재촉했다. 걸으면서 보니 워싱턴DC는 하얀 도시였다. 백악관만 하얀 게 아니다. 국회의사당도 링컨센터도 워싱턴기념탑도 하얗다. 워싱턴광장에 몰려든 흰비둘기 떼들처럼 주변건물들이 모두 하얗다.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색깔이 하얗기 때문이다. 유태인의 홀로코스트, 6.25 참전공원은 살짝 초저녁색깔로 분칠했다. 슬프고 어두웠던 역사를 기념하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우주박물관의 유리창은 어린애들이 좋아하는 파란색이지만.

 


 

앞으로 걸어가고 옆으로 돌아가고 물어 물어서 백악관 가까이 왔다. 몇 번 워싱턴 DC에 와봤지만 백악관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서툴다.

 

드디어 “1600 펜실바니아 불러버드”가 나타났다. 백악관의 번지수다.

 


 

“와! 숲 사이로 와이트하우스가 보이네요. 사진으로 보던 백악관을 직접 눈으로 보니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실감나요. 그런데 이상해요. 미국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대통령관저인 청와대보다도 백악관이 훨씬 작아 보여요. 청와대는 인왕산보다 크게 보이는데 백악관은 근처 빌딩보다도 작아요. 미국국회의사당인 캐피탈 하우스는 백두산처럼 웅장한데 백악관은 손바닥 안에 놓인 백합조개 같군요. 잔디동산과 나무숲 사이에 숨어있는 백악관이 흡사 동화의 나라에 나오는 어린이 궁전 같아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저렇게 작고 조용한 집이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대통령의 공관이라니? 그게 평화의 힘 민주주의 힘 미국의 힘인 모양이지요?”

 

나는 재잘거리는 희정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뜩 농담을 던졌다.

 

“희정아, 백악관을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널 보니 네가 꼭 백악관의 주인 힐러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네 얼굴 네 성격이 말이다”

 

“어머나 외삼촌, 고등학교 때 제 별명이 힐러리였어요. 평택한광여고를 다닐때 호주에서 온 외국인영어선생님이 저를 아껴주셨어요. 그런데 저를 힐러리라고 불러주셨다구요. 우선 이름이 닮았다는 거예요. 이희정이를 미국식으로 부르면 ‘희정리’인데 발음이 ‘힐러리’와 비슷하데요. 길고 하얀 제 얼굴과 호기심 많고 챙기기 잘하는 제 성품도 힐러리를 닮았대요. 그래서 애들도 저를 힐러리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삼촌이 백악관 앞에서 저를 힐러리로 불러주다니! ”

 


 

희정이는 갑자기 영부인(令夫人)이라도 된 듯 우쭐해 보였다. 사실 희정이는 대단했다. 내 여동생 계양이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백조가 됐다. 그녀의 딸 희정이는 멈추지 않고 발전하는 성장형 이었다. 초등학교 보다는 중학교에서,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올라갈수록 성적이 올라갔다. 3년제 지방간호대를 나온 후 간호사일을 하면서 4년제를 편입 졸업했다. 수백명 동료들을 제치고 영어웅변대회를 휩쓸었다. 병원에서는 일류대학을 나온 동료들을 제치고 요직에서 일하고 있다.

 

어찌나 꼼꼼하고 호기심이 많은지 상상을 초월한다. 9일간의 미국여행만 해도 그렇다. 11살, 12살짜리 자녀들과 70된 친정부모님의 선두에서 연일 강행군(强行軍)을 이끌었다. 1박 2일로 나이아가라를 다녀왔다. 그 다음날 당일치기로 워싱턴DC을 찾았다. 맨해튼을 샅샅이 누볐다. 자연사 박물관 미술관을 구경하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올라갔다. 대학교 병원 교회당 자유의 여신상 그라운드제로를 찾고 뮤지컬을 관람했다. 페리를 타고 허드슨강의 물살을 갈랐다.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워싱턴스퀘어 브로드웨이를 찾아 맨해튼의 밤거리를 걸어 다녔다. 외삼촌의 친구를 보고 싶어 해서 롱아일랜드의 부잣집을 찾기도 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출동하는가 하면 새벽 1시에 돌아오기도 했다. 스케줄이 빡빡한 살인일정이었다. 한달 코스를 9일 만에 소화시켜버린 것이다. 국무장관이 된 힐러리가 동남아를 순방할 때도 이렇게 빡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은지 그 애는 일마다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아시아나를 타고 오는데 승무원 아가씨가 무릎 덮는 담요를 주더란다.

 

“승무원아가씨, 이거 일회용입니까? 쓰고 나서 다음손님이 또 사용합니까? 하도 곱고 예뻐서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기 아깝군요. 간직했다가 기념품으로 싸갖고 갈려고 그럽니다”

 

“호호호호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에요. 그렇게 좋으시다면 일행이 다섯 분인데 다섯장 을 더 드릴께요”

 

더 주는 건 사양했다나? 중국인 관광버스로 나이아가라를 가는데 요금이 균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싶었다. 손님을 내려놓고 떠나가는 버스에 달려가 세워놓고 따졌다. 결국 어른값을 낸 어린이용 2인분의 차액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6불이었지만. 그런 식이다.

 

백악관을 구경하고 의사당 광장으로 돌아왔다. 기다리던 동생 계양이가 농담이다.

 

“그래 오빠는 백악관에 들어가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봤수?”

 

“오바마 대통령은 못 만나고 대신 전직 클린턴대통령의 영부인 힐러리를 만났어. 힐러리는 유력한 차기대통령후보야. 힐러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농담이라고? 정말이야. 만나본 정도가 아니라 힐러리를 여기로 데리고 왔지. 내 얘길 들어봐요. 아 글쎄? 백악관 앞에서 희정이를 보니까 희정이가 갑자기 힐러리로 보이는 거야. 그 갸름한 얼굴이며 발랄하고 지칠줄 모르는 성품이 영락없는 힐러리지 뭐야. 오늘 워싱턴 DC의 여행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희정이가 힐러리로 변한일이야. 내일 힐러리로 변한 희정이를 앞세우고 한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하게 됐으니 이번 여행은 아주 멋진 여행이지”

 


 

우리는 워싱턴 DC에서 저녁을 먹고 새벽 1시가 되어 뉴욕 돌섬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갈 때도 올 때도 차가 막히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2월 28일 동생은 9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케네디공항으로 가는 차중에서 물어봤다.

 

“9일간의 미국여행중 제일 인상 깊었던 곳을 말해 봐요”

 

이재익(70): 겨울에도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름다웠어요.

 

박찬혁(11): 뉴욕할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넘버원이에요.

 

박준희(12): 워싱턴 DC에서 본 우주박물관이 멋져요.

 

이희정(35):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춤과 노래가 즐거웠어요.

 

이계양(68): 우리들 다섯명이 오빠 언니와 함께 걸어본 돌섬의 푸른바다가 제일 아름다웠어. 오빠와 함께 오빠가 사는 바닷가를 걸으니 고향의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으니까.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1:0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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