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 축구선수 차두리, 야구선수 김이슬처럼 순수 한글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한국인구의 99%는 한자(漢字) 이름을 지니고 있다.
노무현정권당시 민법(民法)이 개정되어 모계성(母系姓)이 허용되긴 하였지만,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부계(父系)의 성(姓)을 따르고 있으며, 나머지 이름 두음절 가운데 한음절는 돌림자라고 하는 항렬(行列)을 넣어 작명(作名)하게 된다.
항렬자란 혈족(血族)사이에 세계(世系)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문중(門中)의 법을 일컫는 말로서 형제들은 형제들대로 아버지의 형제나 할아버지의 형제는 이름자 속에 돌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4촌, 6촌, 8촌이든 같은 돌림자를 씀으로써 형제관계를 표시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이름자를 보고 그가 그 혈족(血族)의 방계에 속한 대수(代數)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름 석자, 세음절 가운데 두음절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겠다. 따라서 방금 세상에 태어난 신생아(新生兒)에게 주어지는 이름의 “공간”은 한음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한자(一字)를 짓기 위해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옥편(玉篇)을 보며 고심끝에 이름을 짓거나, 작명소까지 찾아 촌지(寸志)를 지불하고 이름을 짓는다. 어떤 경우에는 몇달, 며칠 걸려 이 아이가 일생동안 어떤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바라는 부모의 희망과 소원”을 담은 바로 “그” 한자를 찾아 이름 석자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작명은 부모라면 자식이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겪는 어려움(!)이면서 즐거움이다. 그러나, 또다른 진통(陣痛)끝에 작명된 이름에 대한 우리들의 예우(禮遇)는 특히 1990년대 초 인쇄매체에서 한자(漢字)가 사라지면서 한마디로 “말이 아니게” 되었으며, 이름을 지어주신 조상님께도 결례(缺禮)를 범(犯)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름을 한글로만 적기 때문이다. 한글은 “소리” 즉 영어식으로 말하면 “발음기호”일 뿐이다. 한글로 적힌 이름에는 나에게 만들어 준 조상의 “소원과 희망”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 이름을 한글로만 적는 자세는 5,000년 역사와 전통를 무시하는 행위일 뿐아니라, 조상에 대한 불효(不孝)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2009년 7월 14기 평통위원으로 재위촉되면서 청와대로부터 시계 일점을 하사(下賜)!!! 받았다. 시계에는 “이명박”이라고 흘림체 친필이 담겨져 있다. 컴퓨터에 능한 신세대나 언론에서는 GB(Giga Bytes)의 대칭(對稱)개념으로 용량이 “적은” 뜻으로 MB(Mega Bytes라는 뜻도 있음)라며 빈정거림 반, 애칭(愛稱) 반으로 국가원수(國家元首)를 지칭하고 있지만, 당신역시 한글로만 이름 석자 적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자(漢字)이름엔 MB의 전혀 반대 개념인 “넓게 밝게 세상을 보고 익혀라 또는 익힌다”라는 부모님의 의도(意圖)가 담긴 그 멋진 “明博”을 접어 두고 “명박”이라는 “소리”만을 전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멋진 이미지를 놓아두고 GB가 아닌 MB로 머물려고 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예는 이명박대통령 뿐만 아니다. 漢字(한자)이름을 가졌음에도 한글로 이름을 적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이름에 쓰여지는 漢字(한자)는 나쁜 뜻을 가진 글자는 한자도 없다. 밝은 뜻이거나, 긍정적인 뜻을 지닌 자(字)들이다.
주변에 賢明, 龍相, 大義, 高明, 國虎, 俊榮, 義用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창 또는 친지들이 있다. 이들이 일생을 살면서 어찌 부모의 뜻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한자로 쓰면 그 드높은 뜻이 전달되는 것이 현명, 용상, 대의, 고명, 국호, 준영, 의용으로 쓰면 전혀 그 뜻이 전달 되지 않는다.
이는 廣開土大王, 武烈王, 善德女王에서 느끼는 참 뜻이 “광개토대왕” “무열왕” “선덕여왕”에서는 전달되지 않는 것과 같다.
또한 “강”으로만 쓰면 姜씨인지 康씨인지, “노”라고만 쓰면 盧씨인지 魯씨인지, “변”씨라고만 쓰면 邊씨인지 卞씨인지, “유”라고 쓰면 柳씨인지 劉씨인지 아니면 兪씨인지 “전”씨라고 쓰면 田씨인지 全씨인지 “정”으로만 쓰면 鄭씨인지 丁씨인지 아니면 程씨인지, “조”라고만 쓰면 趙씨인지 曺씨인지, 양으로만 쓰면 梁씨인지 楊씨인지, 임으로만 쓰면 林인지 任인지 알 길이 없다.
통일부가 주최한 평화통일대행진의 일환으로 7월29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고교에서 개최된 ‘도전통일골든벨’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낙동강이 북한에 있는 강으로 답변하여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대동강의 착오였을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역시 한자를 통하여 교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음기호”인 대동강, 낙동강으로가 아닌, 한자(漢字)로 大同江, 洛東江처럼 시각적(視覺的)으로 가르쳤더라면, 그런 돌출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돌출발언이 아니고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런 예는 불어(佛語)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에도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심리(心理)는 saikalodzi로 발음하지만, psychology로 표기한다. 안다(知)는 nou로 발음하지만 know로 표기한다. 의심(疑心)은 daut로 발음하지만 doubt로 표기한다. 자궁(子宮)은 wu:m으로 발음하지만, womb으로 표기한다. 등등….”발음기호”로 공부하면 오류(誤謬)가 발생한다.
우리 단어가운데 暴發은 발음대로라면 “폭팔”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인쇄매체에서 이 단어는 한자음(漢字音)대로 “폭발”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로 표기할 땐 한음절 한음절 한자음(漢字音)에 의존하면서 漢字(한자)표기 그 자체엔 그렇게나 등한시(等閒視)하거나 무시(無視)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모순(矛盾)의 극치(極致)라고 하겠다.
아이들 방학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부모님들이여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아니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발음기호인 한글”이 아닌 漢字이름을 쓰게 하자. 본인이름에서 형제이름으로, 다시 부모이름을 익히다 보면, 사람人자도 알게 되고 나무木도, 쇠金도 익히게 될 것이다.
필자는 정체성(正體性)은 이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감히 주장한다.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강요한 창씨개명(創氏改名)은 한민족의 혼(魂)과 정신(精神)을 말살(抹殺)시키려는 의도였다. 이에 얼마나 많은 선열(先烈)들이 목숨바쳐 저항하였던가?
스스로 한글로만 이름을 적는 것, 일제치하 창씨개명과 그 무엇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逢南 韓 泰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