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알쓸신잡 2

아내를 빌려주는 나라 맞아?
멍청한 질문이다.
이런 말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바로 몽골인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고만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 <아내를 빌려주는 나라>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당시 많은 일간지에서 미지의 나라 몽골을 소개하는 책이라며 앞다투어 서평을 실었다.
그보다 먼저 일본에서 왜곡되고 자극적인 비슷한 내용의 책이 나왔고 잡지에도 실렸다.
그걸 모방해서 섹쉬한 제목을 뽑는 우를 범한것 같다.
선정적인 제목 덕에 책이 많이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문제와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몽골인들은 분노했다.
몽골에 거주하던 한국인들이 곤욕(困辱)을 치렀다.
저자는 몽골 입국이 영구 금지되었다.
그는 몽골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인재였다.
그의 몽골 커리어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의 이름을 알지만 어느 누구도 실명을 내놓고 거론하지 않는다.

만약에 외국인이 신라 말기에 쓰인 처용가(處容歌)를 읽고 한국은 성이 문란한 국가였다고 책을 썼다고 가정해보자.
"서울 밝은 달에
밤 들어 노니다가
들어와 잠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뉘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마는
앗아간 걸 어찌할꼬"
이걸 보고 당시의 일반적 세태였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어우동을 보고 조선은 유교 국가지만 성이 난잡한 국가라고 주장한다면 동의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투브 등에서 온갖 썰과 구라로 포장해서 같은 내용을 팔아먹고 있다.
조회수를 올려 수익을 얻으려는 속물적 상업주의 욕심 때문이다.
개념없는 구독자도 있는 법이다.
1000년도 더 된 과거에는 약탈혼(掠奪婚)이나 납치혼(拉致婚)이나 과객혼(過客婚)이 있었다며 사실이라고 주장하는걸 믿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도 보쌈이라는게 있었다.
좀 더 비약하자면 우리는 호랑이와 곰이 결혼해서 낳은 단군의 자손이다.
조상이 동물이 된다.

너무 오버하면 안된다.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나쁜 뜻은 없었고 책 판매를 위해 편집자들이 머리를 짜내서 만든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익을 얻기 위해 호기심이나 흥미를 과장해서 누군가를 폄훼하고 모욕감을 주면 안된다.
(이 글은 특정인을 비방하려는게 아니다.
현재도 유트브나 언론 기사 등에서 과도한 어그로가 남용되고 있다.
시선을 잡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갖다붙인다.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을 경계하자는거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