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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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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강요되는 다수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1-06-16 (목) 12:01:43

성적소수자(性的少數者)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성이라면 남과 여 둘만이 존재하거늘 성적소수자라는 말은 참으로 낯설다. 백인에 비해 인구 비율이 낮은 유색인종을 소수계 민족이라고 하듯 남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하여 그렇게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동성애자(同性愛者)들 얘기다. 그들을 제3의 성(gender)이라 하지 않는가.


내가 운영하는 셀폰 대리점은 맨하탄의 첼시(Chelsea)에 있다. 첼시는 예전에 그다지 부유하지 못한 지역으로 가난한 작가들, 예술가들이 주로 살던 곳이었다. 이른바 맨하탄의 슬럼가라고 불리는 웨스트사이드도 첼시 지역에 속한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고...


지금의 첼시 지역은 상당히 번화하고 오히려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범죄율도 가장 낮은 지역이 되었다. 다만 지난 십여년간 달라진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동성애자들의 인구 비율이 기하급수적(幾何級數的)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지역이 안전해 졌지만 맨하탄 내에서 상대적으로 렌트비는 크게 오르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란다. 그러다 보니 성적소수자라 불리는 동성애자들이 이 지역에서만은 결코 소수자가 아니다. 


  


성적소수자... 누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명칭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다수에 비해 고상하고 방어적인 이름을 얻어 낸 것임에 틀림없다. 소수자의 어감이란 늘 피해자의 입장, 약자의 입장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처음 이 곳, 첼시에 스토어를 열고 손님으로 들어오는 이들, 성적소수자들을 만나는 일은 정서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자가 남자를 ‘자기야(honey)’라고 부르며 벌이는 애정표현을 바로 눈앞에서 봐야했으니 말이다.


언젠가 남남커플이 남녀커플의 모양새로 손을 잡고 내 스토어에 들어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하는 일이 있었다. 건장한 남자가 보통 남자보다 더 남자같이 생긴 동성애인에게 선물이 고맙다며 키스를 했고 그걸 지켜보는 동안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미국은 명목상으로 소수에 대한 차별(差別)을 금기시(禁忌視)한다. 소수계 민족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같은 맥락으로 성적소수자들 또한 차별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스토어가 있는 지역에서는 그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가 아닌 사람들이 일방적 보호를 받을 때 오히려 가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난 여러 차례 했다.


어림잡아 내 고객의 70 퍼센트 이상은 동성애자들, 즉 성적소수자들이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내용 중에 이들에 대한 예의와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을 용어 등을 숙지(熟知)시키는 경우가 많다.


전에 있던 직원이 손님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남자 고객이 들어와 선물을 사고 싶다고 했다. 최신 휴대전화를 찾고 있던 그가 관심을 보이는 제품마다 하얀색, 빨간색 심지어는 분홍색까지 여성스런 디자인들 뿐이었다. 참고로 여성과 남성 고객은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스토어에서 권하는 전화기와 플랜이 다르다.


선물을 고르고 있고 남자가 여성스런 색깔과 디자인에만 관심을 보이니 직원은 당연히 여자가 쓸 전화기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을 터, 전화기를 쓸 사람의 연령대를 물었다. 문제는 그냥 연령대만 물었으면 좋았으련만, 직원은 더 살갑고 다정하게 한답시고 이렇게 묻고 만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전화기인가요?”


고객은 정색(正色)을 하고 아주 못마땅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니. 내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인데?”


순간 머쓱해진 직원이 당황해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내가 거들었다.


“아, 남자 친구가 쓸 전화요? 이 전화기가 예쁘지 않아요? 작고 귀엽고 여성스럽고...”


내가 쇼핑을 거들어주자 그 남자 고객은 자신의 남자 애인에게 줄 선물로 그 작고 예쁘고 여성스런 휴대전화를 사갔다.


이 정도는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정도에서 무마(撫摩)된 사건이었고 더 심각한 일이 있었다. 동성애자 가운데에는 아예 남성이 여성처럼, 여성이 남성처럼 옷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날엔가 내 매장에 여자처럼 치마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매우 무례한 손님이었다. 직원이 도와주고 있는데 쉽게 언성을 높이고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였다.


그러다 그만 일이 벌어졌다. 별것도 아닌 일에 흥분을 하고 계속 투덜대는 손님에게 비위를 맞추던 직원이 무심결에 “써(sir)” 하고 만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었다. 그 고객은 기회를 잡은 양 소리치며 난리를 쳤다. 자신이 남자처럼 보이냐며 말이다. “이 동네가 어느 동네인데 나를 남자로 부르냐?”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첼시에서 영업 그만하고 싶냐”고 으름장까지 놓으며 말이다.


내게도 그 고객은 확실히 남자로 보였다. 그가 ‘남자로 보이냐’며 소리를 지를 때 하마터면 그렇다고 대답할 뻔 했다.


수염자국까지 성성한데 단지 치마를 입었다고 해서 ‘부인(ma'am)’이라고 불렀어야 했단 말인가? 그것도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고소를 하겠다고 나간 그 사람은 잠시 후 경찰을 대동(帶同)하고 나타났다. 경찰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했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실수로 Sir 라고 불렀다. 이름도 몰랐고 나도 모르게 Sir 라는 말이 나왔다”고 답했다.


경찰은 일단 신고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민사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한 후 그 사람을 보냈다. 그 경찰은 다행히 나와 친분이 있는 이웃이었다.


그 경찰이 이렇게 충고해 줬다. 동성애자들을 속어로 부른다든지 하면 차별로 간주(看做)될 수 있으니 신경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고객에 대한 얘기도 들려줬다. 성전환 수술 중에 있는 남자였다는 것이다.


수술이 좀 더 진전된 다음에 내 스토어에 들를 것이지...


 
www.en.wikipedia.org


어떤 주제넘은 동성애자는 스토어에 들어와 충고인지 경고인지 모를 말을 해주기도 했다. 스토어 앞에 동성애자들의 상징인 레인보우 깃발을 걸어놓는 게 좋을 거라고 말이다. 그 사람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옮기면,


“네가 동성애자든 아니든 적어도 이 지역에서 장사하려면 우리를 지지(支持)한다는 걸 보여야 할거다.”


나는 고려해보겠노라고 했다. 속으로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아무튼 대답은 그렇게 했다. 사실 이 지역의 스토어 주인들도 동성애자가 많다. 여기저기에 그 레인보우 깃발이 달려 있기는 하다. 나는 솔직히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것이 종교적 신념이든 도덕적 신념이든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네방네 떠들 필요도 없지만 단지 장사를 위해 지지하는 모양을 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레인보우 깃발 부착을 충고하던 그 동성애자는 ‘고려해 보겠다’는 대답이 불만스러웠나보다. 난데없이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왠지 안 좋은 말이 나올까봐 ‘그게 문제가 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 동성애자, 보호받아야 할 성적소수자는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며 이렇게 내 뱉었다.


‘중국 놈들이 그런 걸 이해할리가 있나.’


아시안이면 다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무지를 탓할 가치도 없지만 자신은 성적소수자로 차별 받기 싫어하면서 소수민족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하는 행동이 참으로 어이없었다. 소수민족을 내놓고 비하(卑下)하는 그가 어찌 소수자의 권리와 차별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동성애자의 결혼과 입양이 합법화 됐거나 아니면 사실상 가능해졌다. 요즘 첼시 지역에서 아기를 동반한 동성 커플을 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얼마전에도 남자커플이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는 남자아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엄마는 남자다. 아이의 가치관은 형성 전부터 이미 혼란(混亂)이 예고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은 그 아이를 고려해 가르침에 차이를 두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동성애자 커플의 아기 입양을 반대하고 ‘싶다’. 선택권이 없는 아기에게 남자엄마, 혹은 여자아빠를 주입(注入)시킴으로써 그들에게 성적소수자의 ‘취향’과 가치관을 상속시킬 그 어떤 권한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 신문에 실린 어느 소설가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열린 문학인 대회에 참가한 어느 성적 소수자 작가의 연설을 듣고 반성이 되었다는 논지였다. 그 동성애자 작가가 ‘한국에 가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말라’는 충고를 어느 여행 책자에서 읽었다‘며 연설을 시작했다고 소개하며 말이다. 부끄럽다는 어조였다.

그 작가는 한국 사회에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성찰이 충분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작가로서의 자신 역시 깊이 있게 살피지 못했음을, 진정으로 함께 고민해주지 못했음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나는 한국이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보호 장치가 서구 사회에 비해 미흡해서 문화적으로 선진화되지도 세련되지도 못하고 또는 흐름에 뒤쳐져 있다는 소릴 들어도, 신이 창조한 그대로 이성을 사랑하고 이성 간에 거룩한 생명을 잉태해 기르는 ‘상식’에 더 오래도록 붙들려 있었으면 한다.

바라건대 동성 커플의 품에 안겨 있던 그 아이가 성적소수자가 되기보다는 태초의 섭리(攝理)대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자랐으면 한다. 나의 신앙적 양심에 근거한 바램이다. 이젠 그 누구 앞에서도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워진 개인적인 바램 말이다.

어떤 이가 날 때부터 동성애자로 태어난다면 분명 보호받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계간(鷄姦)을 선호하는, 다분히 후천적인, '음란취향'까지 보호하기 위해,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침묵을 강요당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신의 섭리 안에서만은 당당한 다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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