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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선교사, 시인으로 가족과 함께 몽골에 살고 있다. <시인>이란 명칭이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는 "깃털 같은 가벼움, 맑은 개울물의 낭랑함, 그리고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몽골생활의 희노애락과 몽골인들의 이야기로 글벗을 만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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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서 만난 불사수(不死樹)

글쓴이 : 황선국 날짜 : 2011-11-07 (월) 00:08:01

중국 베이징에서 몽골 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면,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자리 잡은 아파트들과 도로들 그리고 푸른 숲이 어우러진 안락한 문명의 힘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순간 문명은 사라지고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황량한 거친 들판만이 끝없이 이어진다. 몽골에 들어선 것이다.

몽골은 북쪽으로 러시아와 3,485km를 접하고 있고, 아래 남쪽으로는 중국과 4,677km를 접하고 있는 내륙 국가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바다가 없고 또 없어야 할 터이나, 진정 바다같이 넓~고~ 맛마저 짜~디 짠 게다가 파도까지 이는 소금물 호수도 가지고 있다.

평균고도 해발 1,580m인 몽골은 국토가 1,564,100제곱킬로미터로 광활하며, 면적이 99,720제곱킬로미터인 남한의 약 16배, 면적이 220,847제곱킬로미터인 한반도의 7배에 이른다. 허나 이처럼 광활한 국토에 인구는 2010년 말 기준으로 2,780,800명으로 50,062,320명인 남한인구의 1/18에 불과하다.

연교차와 일교차가 심한 건성냉대기후(乾性冷帶氣候)인 몽골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물이 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크고 작은 강과 시내가 3,800여개, 그리고 호수도 1,200여개가 있다. 또한 툰드라지대와 산림지대, 초원지대, 사막지대 등 기후대가 다양하여 저마다 상이한 풍광을 뿜어냄과 동시에 서부의 산악지대와 남부의 사막지대 그리고 중부와 동부의 초원지대가 서로 어우러져 대부분의 지역이 문명의 외곽지대로 남아있다. 한 마디로 몽골이란 조금 알았다 싶으면 곧 다시 미궁(迷宮)으로 빠져드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몽골에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격언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앉아있는 현자보다 멀리 여행한 바보가 낫다.” “아버지가 계실 때 사람을 사귀고 말이 있을 때 여행을 하라.” “멀리 간 개가 뼈를 물고 돌아온다.” 하여 틈이 날 때마다 여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 몽골사람들의 특색 중 하나이다.

하여 어느 더운 여름날 일행을 꾸려서 여행을 떠났다. 몇 번 가 본 고비사막이지만, 이번엔 아예 차로 횡단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운전사였다. 우리와 같이 여행을 가기 전, 일생에 단 한 번 고비사막을 다녀왔다는 그 운전사는 한사코 정규코스로 가기를 거부하였다. 이유인즉슨, “길이 나빠서 시속 15-20km 이상 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몽골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다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을 하는 바람에 동의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초이르”라는 도시를 경유하여 중앙고비사막과 남부고비사막을 횡단하는 코스였다. 물론 그 운전사는 그 코스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고 지도마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5일 동안 우리 일행은 고비사막 한 가운데서 모래에 파묻혀 흙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누가 다녔는지 참 신기하게도 이름 없는 고비사막 한 가운데에도 길은 나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데 한 갈래가 아니었다. 들판 위에 돌들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바람에 흙들이 날아가고 밑에 있던 작고 얇은 돌들이 위로 노출된 정도이다. 그러므로 차가 지나가면 이내 속에 있는 모래가 드러난다. 때로는 한 나절을 달려도 오가는 차 한 대도 만나지 못한다. 이런 곳에서 차가 고장이라도 나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하늘에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황량(荒凉)한 곳에서도 풀들은 고개를 내밀고 때때로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드문드문 뿌리 내린 풀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덩치 큰 낙타들이 사막에 산다는 사실도 신기하다기보다는 권태롭게만 느껴지지만 생명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사막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열정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생명을 돌봄에 조금이라도 나태하거나 망각하는 것은 곧 죽음에 이르는 길임을 말없이 보여준다. 삶에 염증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 사막에 들어가 봄직하다.

지프차 안에 있는 온도계를 들여다본다. 영상 48℃. 눈앞에서는 먼지와 아지랑이가 숨 쉬는 것조차 짜증스럽게 만든다. 운전자를 제외한 일행들은 아예 눈을 질끈 감고 찾아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뜨거운 욕조에 누워 향기 진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한다.

엔진소리와 먼지에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 저 멀리 초록빛이 보인다. 일행은 먼지 위에 뿌리박고 서있는 나무를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나무가 있다. 이런 곳에 나무가 있다니!”

 


이건 기적이라기보다는 모순(矛盾)이었다.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라!!!! 물론 그 나무의 이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70여년을 시골에서 살아온 몽골 할머니도 이런 나무는 처음 본단다.

수백 수천의 굵은 주름살들이 꽈배기처럼 서로 엉켜 뒤틀린 것이 두려움마저 자아내는 형상이었다. 갑자기 수백 살 된 마녀가 생각나기도 하고.... 껍질인지 잔 나뭇가지들의 덩어리인지 헷갈리는 줄기들은 마치 화강암처럼 단단하여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다. 언젠가 박물관에서 본 화석(化石)이 된 나무와 같았다. 바~짝 마르고 말라서 생명보다는 죽음을 더욱 생각나게 하는 나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죽어 말라비틀어진 껍질 속에서 녹색 생명이 솟아나 그늘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 마이 갓.” “이건 <불사수>야! 不死樹!>.” “나중에 우리가 불사수를 봤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테니 사진부터 한 장 찍고, 찰깍.” 어차피 그 나무의 이름을 아는 이 아무도 없으니 내 마음대로 지어 갖다 붙였다. 그리고 우린 불사수 그늘에 앉아 수박에 또 자두에 노래를 얹어 먹었다.

나무 위에 미동도 않고 홀로 앉아있던 매 한 마리-. 돌을 던져도 날아가질 않는다. “야-! 이놈아!” 하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소리 질러도 고개마저 돌리지 않는다.

  


날아가 봤자 날개만 피곤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쩌면, 삶을 포기한 것 같기도 하였다. 아니면 사막의 향기에 취해 깊은 명상에 잠기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그놈은 불사수(不死樹) 가지라도 된 듯, 영생의 불사조(不死鳥)라도 된 듯, 모든 소음과 몸짓들을 뒤로 한 채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불사수(不死樹)

외로움에 울지 말라

세월 따라 늘어가는 주름에 분노 말라

뿌리 내릴 한 줌 흙이 있음에 감사하고

두 손 휘저을 하늘 있음에 감격하라

한 자락 시원한 그늘 만들어낼

푸른 잎을 틔울지라

여로에 지친 벗들

그대의 푸른 그늘 아래서 노래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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