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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코리안… 공생을 위한 수많은 시도 속에서 한층 더 성숙한 지역 문화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많지 않은 관심과 보수적 사회 시스템 속에서 소멸을 걱정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글로벌 시민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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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화해’ 시인 윤동주를 찾는 사람들

글쓴이 : 김응주 날짜 : 2012-04-05 (목) 00:03:07

교토(京都)의 2월은 유독 시인 윤동주를 생각나게 하는 달이다. 그는 이곳에 ‘살면서 공부하고 시를 쓰다 체포되어’ 1945년 2월 16일 이 세상을 떠났다. 천황의 종전 선포까지 불과 수개월 전이었다. 세월이 흘러 필자는 그의 하숙집 50보 거리에 살고 있고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다.

2006년 3월 그가 머물던 타케다(武田) 아파트 터에 ‘윤동주유혼지비(伊東柱留魂之碑)’가 세워졌다. 설치자는 토쿠카와쇼쵸쿠(徳山詳直). 그 터의 주인이 된 교토조형예술 대학(이하, 조형예대)의 이사장이었다. 동년 6월에는 ‘서시’가 새겨진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시비는 1995년 2월 도시샤(同志社) 대학 이마데가와(今出川) 캠퍼스에 이어 두 번째다.

 

▲ 비운의 시인 윤동주 <조형예대 제공>

 

▲ 그가 머물던 타케다 아파트. 현재는 조형예대 타카하라 교정이 들어서 있다. <조형예대 제공>

 

 

▲ 타카하라 교정. 입구 녹지대에 윤동주유혼지비(伊東柱留魂之碑)와 시비(詩碑)가 서 있다.

매스컴을 동반한 성대한 제막식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재학 중인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회를 맡게 되었다. 배고픔에 좋은 일당을 바라며 집을 나섰는데 식장에 모여든 많은 시민과 학자들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시드니에서 윤동주의 여동생 윤혜원 씨가 고마운 마음에 달려 왔고, 연세대학 총장, 홍익대학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 소장, 민단과 총련의 간부, 영사 등이 참석하여 눈물을 머금고 두 팔을 맞잡는 감동의 자리였다.

 

▲ 제막의 순간. 왼쪽부터 고 윤동주 시인의 여동생 윤혜원 씨, 조형예대 토쿠야마쇼쵸쿠 이사장, 연세대 정창영 총장, 홍익대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 박언곤 소장. <조형예대 제공>

 

▲ 윤동주 시비 하단. 그의 생애가 한일 양국어로 요약되어 있다.

 

▲ 윤동주 시비 상단. ‘서시’가 새겨져 있다. 한글 부분은 그의 필체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행사 후 한 여성 분께 명함을 건네 받았다. ‘시인 윤동주를 그리워하는 교토 모임(이하, 모임)’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소박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정진한다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글과 문화를 지켜내려 했던 꿋꿋함에 감동한다고 하였다. 그런 그를 기리며 그와 함께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계몽 운동을 전개 중이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모임은 2번이나 되는 시비 건립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어떤 인연을 감지하고 지갑 깊숙이 명함을 챙겨 넣었다.

그 후 조형예대는 매일 아침 그의 비에 헌화하며 기일인 2월 16일 추도회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교류 리셉션 등을 개최 중이다. 도시샤 대학은 모임과 함께 매년 2월 11일 헌화식과 시 낭독 및 강연회 등을 열고 있다. 모국에도 없는 열정이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가 타국의 한 청년을 그리워하며 종교와 사상, 국적과 지위를 초월한 한때를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과 열정이 있었을까? 그들이 윤동주를 부활시켰고 윤동주가 그들을 엮어내었다. 교토의 2월은 모두에게 각별한 기억이 되었다.

 

 

▲ 2012년 2월 16일 조형예대 추도회. 국적과 종교, 사상을 초월해 관계자와 시민들이 헌화했다. <조형예대 제공>

 

▲ 같은 날 조형예대 교류 리셉션 식장에서 공개된 윤동주 판결문.

 

▲ 이 날은 특별 게스트로 미즈노나오키(水野直樹) 씨가 초청되어 판결문에 대한 지견(知見)을 발표했다. <조형예대 제공>

용기를 내어 쓴 세 장의 편지 덕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기억에서 기록으로, 그들의 궤적을 남기고 싶었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새로운 역사이다 보니 과제도 많을 것이다. 언젠가 윤동주의 시비 앞을 지나는 학생에게 이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적이 있다. 10명에 물어 10명이 몰랐다. 국내 시민들의 인지도도 낮은 상태. 보도 자료는 활동하는 자의 입장과 자세한 노고와 견해가 공개되어 있지 못했다. 이 참에, 아름다운 스토리가 공간과 세대의 한계를 훨훨 날아 세계의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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