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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화방송․경향신문 입사후 신문사 사회부장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편집인(상무)을 역임. 한국신문윤리위원, 언론중재위원,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및 언론위원회 위원장, 한국카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숙명여대 홍익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부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저서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인 피동형저널리즘을 날카롭게 파헤친<피동형기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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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생각 다른 사람과 벗이 되라시니

글쓴이 : 김지영 날짜 : 2014-01-25 (토) 12:23:01





새해를 맞기 직전 연말, 어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유명 소설가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 소설가로 인해 행사가 성황리에 잘 끝났다는 덕담 끝이었다.





그런데 듣고만 있던 모씨가 끼어들었다. “그 사람 좌파야”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모두 말을 끊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모씨가 한번 더 말했다. “좌파예요!”





모씨가 소설가에게 한차례 더 ‘좌파’ 딱지를 붙이자 분위기는 어색해지면서 싸늘하게 식었다. 모씨의 말에는 “좌파인데 다른건 말해서 무엇하냐?” “좌파는 나쁘고 나는 좌파를 싫어한다”는 뉘앙스가 물씬 풍겼던 것이다.





나는 평소 그 소설가가 과연 좌파인지, 오히려 개성이 독특한 우파가 아닌지, 잘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보다도 문제는 ‘좌파!’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소설가의 작품세계와 인간적인 면모 등(하다못해 이성관계까지) 다른 모든 가치와 개성이 한꺼번에 묵살당해 대화판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대신 묵시적으로 공격당한 ‘좌파’와, ‘좌파’가 공격당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출현한 적대적 공존체 ‘우파’라는 개념들이 홀로그램처럼 대화판을 장악했다. 덕담은 끝나고, 곧 이어 대화자체가 끝나버렸다.

 

 

가슴은 답답해지고, “하아-!”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시간에 다른 어느 모임에서는 또 누군가 ‘우파’를 공격함으로써 세상의 다양한 주제와 소재들을 모두 대화판에서 쫓아내고 있겠지···”

 

 

좌우 편 가르기와 진영논리는 지난 한 해 동안, 또는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좀먹어오면서 이제 난치병 수준이 됐기에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또 나는 모씨가 강한 우파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고, 많은 장점을 가진 분이기에 호감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다양하고도 다채로운 이 세상을 좌·우 두 가지 모양, 두 가지 색깔로 재단(裁斷)하려는 것을 보고 전격적으로 그가 마음에서 멀어졌다. 솔직히 미워졌다.

 

 

그날의 일로 마음 한 구석이 어두운 채 새해를 맞았는데 서강대에 계시는 심종혁 신부님이 ‘카톡’으로 새해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새해결심 목록’이었다.

 

 

 

www.en.wikipedia.org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존경하는 몇몇 어른들이 잇따라 세상을 뜨신 뒤, 기댈데 없던 허전한 내 마음을 어느날 차지하신 분. 나는 급히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10가지였는데 ‘험담하지 마시오’가 첫 번째였다. 그 다음부터 ‘음식을 남기지 마시오’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시오’ ‘검소하게 사시오’ ‘가난한 이들을 가까이 하시오’가 이어졌다. ‘역시 대부분이 실천하기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하면 비슷하게 흉내는 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6번·7번을 읽고는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6번은 ‘사람을 판단하지 마시오’였고 7번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되시오’ 였다. 그중에서도 7번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이건 도저히 못해!”하고 외치고 있었다. 금방 몇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구보다 바로 최근에 미워지기 시작했던 모씨의 얼굴은 눈앞에 닥칠듯이 크게 다가왔다.

 

 

“예수님이야 그렇다 치고, 교황님마저 왜 이리 가혹한 과제를 내주실까···”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단박에 좋아하게 됐던 사실을 후회하면서, 교황님을 마음속에 모시기로 했던 결정을 거의 취소하고 싶어졌다. 마음속 씨름이 계속됐다.

 

 

헌데 무엇보다 교황님의 제자가 되기로 한 마음속 결정을 취소함으로써, 이 나이에 스스로 자기부정을 하는 꼴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상에 좋은 것 치고 쉬운 것이 어디 있나, 어려운 것이 좋은 것이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 몸에 좋은 것만 좋은 것인가, 7번은 세상의 평화를 위한 것이니 당연히 더 어렵지” 하고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새 목표가 생겼다. 그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벗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사람 힘으로 안되는 걸 억지로 되게 할 순 없겠지. 노력했는데 결국 그들과 벗이 되지 못할지라도 나

자신은 벽돌 한 장 높이만큼이라도 더 성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 공동체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미리 버려서는 안되겠지. 그러면 천국의 한쪽도 무너질테니까.

 

 

.....................................................

 

 

이글은 2014년 1월 23일자 평화신문 ‘시사진단’에도 실렸습니다.

 

 

 


김오연 2014-01-27 (월) 02:55:17
우리 한국사람들은 나와 다르면 무조건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읍니다. 어렵겠지만 7 번 사항을 저는 침묵으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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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자 2014-01-27 (월) 05:43:27
안녕하세요?

참으로 힘든 부분이지요.? 저에게도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섞어서 살아 가야 하고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고 좌파가 있으면 우파가 있으니.,
그래야 균형이 또  이루어 지는 세상인 가  봅니다.  그래서 좀 나은 사람이 인내심을 갖고 가르켜 줘야
더 나은 미래가 보장이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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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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