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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화방송․경향신문 입사후 신문사 사회부장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편집인(상무)을 역임. 한국신문윤리위원, 언론중재위원,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및 언론위원회 위원장, 한국카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숙명여대 홍익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부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저서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인 피동형저널리즘을 날카롭게 파헤친<피동형기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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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글쓴이 : 김지영 날짜 : 2012-10-02 (화) 22:38:28

지난해에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을 때, 그의 생애에 대해 전 세계 언론매체들이 연일 크게 다루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어록(語錄)이 빠짐없이 소개됐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의 어록 중 와닿는다는 말이 저마다 달랐다. 내 경우는 1998년 그가 ‘비즈니스 위크’지와 인터뷰 도중 한 말이 뇌리에 꽂혔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더 어렵다. 생각을 명확히 하고 단순하게 만들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자기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직후에 한 말이라고 한다.

 


www.en.wikipedia.org

복잡한 기술과 이론의 경지를 새로 개척해 인류사에 큰 획을 그은 천재들. 그러나 그들은 “쉽게 하라”고 했다. 나는 이들의 말을 접하는 순간, “이건 저널리즘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평생 몸을 기댔던 ‘저널리즘’의 특징을 적확하게 지적하는 말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 종사자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대중매체의 저널리즘은 소수의 전문가들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다.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 즉 대중을 위해 존재하고, 대중을 대변하며, 대중을 상대한다. 대중매체는 자연히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야한다.


사실 대중매체는 이 세상 모든 일을, 아니 우주천체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그중에는 어려운 소재도 매우 많다. 천체물리학이나 유전자학, 국제금융이론 등···.

이런 사건(언론계 제작현장에서는 모든 뉴스꺼리를 다 사건이라고 부른다)들의 속성이란 시도 때도 없이 불시에 터지는 것이다.

그럴 때 매체들은 학술이론서처럼 어려운 서술(敍述)·표현으로 뉴스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어떤 어려운 소재라도, 아무리 마감시간이 임박했을지라도, 충분히 씹고 되새김질을 해서 독자대중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문장으로 갈무리해야한다.

‘변명은 필요없다. 간결하고 쉽게, 그리고 명료하게!’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돌발적으로 나타난 어려운 소재를 순식간에 갈무리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뉴스로 만들어 내놓으려면 웬만한 내공으로는 힘들다. 그래서 잡스의 말대로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또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쉽게 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실상 어렵게 하는 것이 쉽다.


이 때문에 기자는 수습 시절부터 ‘어려운 것을 쉽게 쓰기 위해’ 피나는 공부와 훈련을 해야만 한다. 수습기자들에게 거의 잠을 재우지 않고 현장 취재 및 기사작성 훈련을 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상위에서 페이퍼워크(자료 작업)만 한다면 현장감을 익히지 못해 자연히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장을 쓰게 마련이다. 취재 방법론과 보도문장 작성론 공부 못지않게, 삶의 현장에서 소통(疏通)하는 경험이 없이는 대중에게 와 닿는 ‘쉽고 간결하고 명료한’ 보도문장을 쓰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하기야 어느 분야인들 그렇지 않으랴. 스티브잡스 같은 IT 혁명가도, 박찬호·김연아·박지성 같은 운동선수도, 사라 장 같은 연주가도, 어느 누구인들 피땀나는 야자(야간자율학습) 없이 그렇게 쉽게 할수 있겠는가.


‘어느 신문사, 어느 방송국의 능력이 우월한가’ 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 중 하나도 이것이다.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어려운 소재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똑같이 주어진 제작시간동안 과연 어느 매체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뉴스로, 다양한 포맷으로 재생산해 내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심각한 국제금융뉴스가 발생했을때, 매체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기자 스스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를 내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현장 대중과의 소통이 문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예수님은 대단한 저널리스트이며 소통의 대가였다. 바리사이들의 말은 대중이 이해하기도, 지키기도 어려웠다. 일부 특정계층을 위한 진리요, 천국을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은 대중이 이해하기가 참 쉬웠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진리요, 누구나 갈 수 있는 천국을 말씀하셨다. 쉽고, 간결하고, 명료했다. 핍박을 받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슬퍼하거나, 몸이 아픈 이 등···, 그 모든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매체들도 서로 갈등을 빚으며 충돌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한가지 사실을 두고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자체를 각기 다르게 말하곤 한다. 이렇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다보니 말은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 대중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헷갈린다. 언론은 더 쉽게, 더 간결하게, 더 명료하게 말하자. 2000년 전의 예수처럼.


비단 언론뿐이겠는가. 정치지도자들도 되새겨야할 말이다. 마침 지금은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 수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천하대계를 내걸고 나섰다. 부디 명심하길. 현장 대중과 소통하려면, 그리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면,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말하라.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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