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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시인, 언론학박사, 섬 여행 전문가. 문화부 독토TF팀 자문위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리얼TV 다큐멘터리 ‘한국의 섬과 바다’를 진행했다. 현재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를 6년째 진행 중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성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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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히는 등대 이야기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4-10-16 (목) 22:19:25


 

 


도로의 신호등과 표지판처럼 바다에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시설물인 항로표지가 있다. 항로표지에는 등대(燈臺)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등대와 그 목적은 같지만 기둥 모양의 형태를 갖춰 불을 밝히는 등주, 암초나 얕은 수심에 설치해 뱃길을 안내하는 등표 등 신호방식과 모양, 그 종류가 다양하다.
 
 
 

▲ 태하등대 향나무 자생지 대풍감


 

 

선박이 기항지를 향해 항해하는 도중에 육지나 자신의 배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할 때 등대가 그 기준이 된다. 그 등대 위치와 불빛 주기에 따라 항만, 항구의 입구를 알아낸다. 선박이 항구로 들어갈 때 등대 위치와 색깔은 오른쪽 등대는 빨간색, 왼쪽은 하얀색이다. 선박은 등대를 중심으로 우측통행을 한다.
 
 
 

▲ 팔미도 바위섬

 

 


 

항로표지 가운데 밤에 불빛으로 항해를 돕는 표지시설을 ‘광표표지’라고 부른다. 불빛을 통한 표지시설물이다. 안개, 비, 눈 등으로 불빛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경우는 사이렌이나 나팔소리 등 소리로 등대 위치를 알려준다. 이를 음파표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3,358개 섬이 있고 이 섬 사이에 4,418개 등대가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등대원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는 39곳. 유인등대는 최근 감소했지만 유인등대였다가 무인등대가 된 곳까지 모두 원격조정 하는 등대는 49곳. 이 중 23개 등대에는 갤러리, 전망대, 전시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 하조도등대 앞 급류해역의 흑석여등대


 

등대는 바다를 지키는 모성애의 상징

 

유인등대에는 등대를 관리하는 등대원이 세 명 씩 교대로 365일 24시간 상주(常主)하면서 높은 빛의 힘을 이용해 등대불빛은 물론 음파, 전파표지를 통해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인도한다. 낮에는 전력충전과 시간 단위로 해상날씨와 해상수온을 측정해 기상청에게 알려주고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는 일기예보를 접한다. 또한 인근 무인등대 시설을 모니터로 원격조정하는 것은 물론 마을주민들을 명예모니터요원으로 위촉해 무인등대 등 사고유무를 24시간 체크한다.

 

 

▲ 당사도 등대 전경

 

 

등대는 등탑이라는 단순한 건축물 차원을 넘어 우리네 정서를 다독이는 고독의 상징이며 모성애의 상징이다. 밤바다 외로운 항해자에게 등대불빛은 말 그대로 마음의 등대이다.

 

동해안 최북단 대진등대는 북녘까지 불빛을 비춘다. 영도등대, 가덕도등대는 일본 대마도까지 불빛을 비춘다. 어청도등대, 가거도등대는 황해까지 빛을 비춘다. 그렇게 등대는 이념도 국적도 따지지 않는다. 모두에게 평등한 사랑을 베푼다. 아무 조건이 없다. 모든 항해자가 무탈하게 이 바다를 항해하면 그만이다. 절대고독의 상징이지만, 진정 조건 없는 사랑을 영원히 실천하는 등대는 고독하지가 않다. 그것 역시 모성애의 근원이기도 하다.
 
 
 
태하 등대 전경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 자리에서 약속한 불빛주기 반짝인다. 어머니의 한줄기 사랑처럼 등대불빛은 그 자체로 신뢰이다. 항해자는 생명과 신뢰를 동일시한다. 그런 사랑과 헌신이 등대정신이고 등대원의 존재이유이다.

 
 
▲ 오동도 등대 야경
 



 

등대는 국력의 상징이다

 

등대는 국력의 상징기표이기도 하다. 영국 해적들은 늘 보급선이 당도하는 등대아래 해안을 노렸다. 미국 군함들도 이런 해적들에 당하면서 경쟁력으로 키웠다. 그렇게 등대는 침략과 방어의 주요무대였다. 세계 최초 등대는 고대 알렉산드리아가 파로스 섬 1㎞ 제방으로 연결된 지중해의 파로스등대이다. 아랍인들이 7세기 이집트를 정복했을 때 파로스등대 불빛이 매우 밝아 반사경 불빛이 55km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맑은 날 이스탄불 거리가 거울에 비칠 정도였다. 850년경 신성로마 제국과 이슬람교도간 전쟁이 일어나면서 파로스등대는 전쟁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파로스등대는 이슬람교도들에게는 매우 유리했으나 로마군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등대 거울에 로마군 상황이 낱낱이 보였다. 그래서 로마황제는 첩자를 보내 등대 밑에 엄청난 금은보화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등대해역을 지배한 칼리프는 즉시 등대 밑을 파도록 지시했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적의 계략을 알았을 때, 반사경은 다 부서진 상태였다. 파로스등대는 그렇게 역사 속 유물로 전락했다.
 
 
 
팔미도 바위섬 물새
 



우리나라 최초 등대는 인천 앞바다 팔미도등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기고만장(氣高萬丈)한 일본은 조선에 등대를 건립하라는 외교문서를 보냈다. 등대위치 선정하는 측량선의 인천 도착 날짜까지 통보했다. 자기네들이 설치하라는 곳에 설치하라는 것. 등대 설립 비용은 항구에 드나드는 상선으로부터 징수하는 관세를 활용하라는 것. 극심한 재정난을 겪던 조선은 열강의 압력에 못 이겨 1902년 인천에 등대를 관리하는 해관(海關)등대국을 설치하고 조선 민중의 세금과 노동력으로 등대를 세웠다.

 

1903년 6월, 그렇게 우리나라 첫 팔미도등대가 세워졌다. 우리나라 등대의 효시(嚆矢)는 일본의 강요로 대륙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세워졌다. 19세기 말 우리나라를 넘보던 열강들은 앞 다투어 인천항에 거점을 확보하고자 각축전을 벌였다. 그 때마다 팔미도등대는 침략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 팔미도 쪽배 항해
 
 



6·25 때 인천상륙작전을 시작한 곳도 팔미도등대. 극심한 조수간만의 차로 인천상륙작전의 어려움을 겪던 미군은 영흥도 주변 섬에서 각종 첩보활동을 펼치던 중 1950년 9월 10일 밤 발동선을 타고 팔미도등대에 들어갔다. 원래 북한군 차지였던 등대섬이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등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미군은 동경 유엔군 총사령부에 등대역할이 필요하다면 바로 작동이 가능하다고 타전했다. 동경에서 “9월14일 밤 12시 정각에 등대를 밝히라”고 명령했다. 9월14일 밤, 팔미도등대에 불을 밝혔다. 이로써 수백 척 함정들이 등대불빛을 따라 팔미도에 집결했고, 다음날 새벽에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모든 등대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아픈 역사를 당당히 극복하고 삼면인 바다인 대한민국 안전을 지키고 글로벌태평양으로 향하는 최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 마라도 등대 앞

 

 

그렇게 등대는 굴곡(屈曲)의 해안선만큼이나 고단한 역사를 실감하며 파도처럼 출렁여왔다. 그런 등대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해양국가의 역사를 일러준다. 외딴 섬과 숲에 자리 잡은 삶의 휴식처에서 자연과 휴머니즘의 소중한 가치를 배운다. 그런 자연공간으로, 힐링 공간으로 의미 있는 체험여행 코스가 등대이다. 등대주변은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또 다른 추억의 공간이자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농어촌 분위기가 나날이 생동한다.

 

특히 방파제등대는 가족과 연인끼리 가볍게 갯바람을 맞으며 걷기여행과 바다를 감상하는 포인트이자 직접 입질을 즐길 수 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올 3월부터 해양수산부는 등대해설사 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등대를 찾는 여행자에게 등대여행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갤러리 공연무대를 설치해 일출과 일몰을 배경으로 멋진 해양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고 직접 공연을 펼쳐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춘 등대를 등대해양문화공간이라 부른다.
 
 
 
▲ 속초 방파제등대와 무인도 조도등대



 

지난해 해안선을 따라 걷기여행을 즐기는 섬 여행객들은 1,200만명에 이른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나날이 새로운 여가 트렌드를 발굴해 해양여행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해안여행코스마다 걷기의 시작이거나 반환점, 종착지는 등대이다. 모든 코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오동도 등대 시인학교
 
 

등대는 이제 더 이상 이상향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일상의 활력을 북돋아주는 동행자이고 쉼터이며 사색의 공간이다. 가능하다면 색다른 여행을 떠나라. 그런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등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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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성대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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