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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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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은 역시 밥 힘이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2-28 (화) 17:26:45

 

 

손흥민이 토트넘 홈 구장 화이트레인에 멀리 한국에서 응원단이 와서 힘을 실어주면 이보다 더 기쁘고 힘이 날까? 이강인이 마요르카 홈 구장 에스타디에 한국 펜들이 찾아준다면 이보다 기쁠까? 아닐 것이다. 광주의 김태원 씨 와 전주의 김안수 씨가 오늘 새벽 긴급구호물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거의 20시간의 여정 끝에 인도 북중부의 작은 도시 피테푸르에 피곤한 얼굴이 돼서 도착했다.


특히 김태원 씨는 남은 인도 일정 제 식사 문제를 해결 해주신다고 한다. 김안수 씨는 77세로 저와 띠동갑인데 저와 동반주를 해주시기로 했다. 전투력이 팍팍 살아난다. 저는 지금 기뻐 뛰며 춤을 출 지경이다. 지쳐가고 움추러들었던 몸과 마음의 말초신경이 살아나서 최고의 상태가 되었다.




이들도 내가 겪었던 문화적 충격을 똑같이 겪을 것이다. 콜카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탄 택시기사는 놀라움과 괴기스러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입에 핏물 같은 붉은 액체를 가득 담고 입을 연신 오물거리더니 창문을 열고 각혈 같은 붉은 액체를 내뱉는 것이다. 좀비 같은 것이 공포스럽고 오싹하기까지 했다. 할 수만 있다면 택시에서 탈출이라도 하고 싶었다. 길거리에는 빨간 핏물자국과 같은 얼룩이 여기저기 소똥과 함께 얼룩져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씹는 잎담배라고 한다. 씹으면 빨개진다. 말을 하거나 웃느라 입을 벌리면 쥐 잡아먹은 듯이 온 이가 빨갛게 된다. 그리고 피 같은 빨간 침을 길거리 아무데나 퉤퉤 뱉는다.


소똥을 주물러 펴서 말리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아름다운 손으로 한다. 소똥을 주무르는 여자들은 대부분 화려한 색상의 사리를 입고 금빛의 코걸이, 귀걸이 반지. 팔찌, 발가락 반지까지 했다. 소똥에다 찰흙과 지푸라기 같은 것 잘 섞어 반죽한 다음 부침개처럼 넓적하게 펴서 말려 땔감으로 쓴다. 쇠똥을 말려 건디기라고 부르는 땔감을 만든다. 아름다운 여자의 손과 쇠똥이라니! 한 달 동안 인도를 달리는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다.




우리에게 전통(傳統)이란 이미 과거의 것이 된 역사책이나 민속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는 전통이 아직도 그들의 현재의 삶과 함께 갈아서 숨 쉰다. 인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도 여인들의 화려한 색상의 사리가 그렇고, 그들의 마을과 집에 꾸며져 있는 사원이나 신당이 그렇다. 양떼를 몰고 가는 할아버지나, 소똥을 말려서 이고 가는 여인들을 봐도 그렇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가 많다. 식당도 채식과 비채식으로 나뉜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 수가 전 세계 채식주의자 수의 50%를 넘는다는 건 인도에 와서 알았다. 인도가 소를 숭상하기 때문에 소고기는 못 먹어도 돼지고기는 중국에서처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왔다. 오답 투성이의 인생을 살았기에 그리 당황하진 않았지만 잘못된 계산의 대가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닭고기가 대부분 시골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육식인데 그것도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요리라서 나의 선택은 삼시 세때 파니어 프라타였다.


남자나 여자나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상대가 어려운 모습을 보이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순박한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해서 상당히 호의적이기도 하고 관심이 많다. 내가 느끼기엔 필요 이상일 때가 많고, 다짜고짜 힌디어로 말을 걸어오면 난감할 때가 많다. 뭐든 꼭 물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특히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 왕방울만한 눈으로 빤히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될지 쉽지 않다.




청결(淸潔)의 개념도 보통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인도사람들 큰 볼일 보고 나서 물로 씻는 거는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로 씻어야 확실히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손으로 닦아야 깨끗하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맞는 이야기다. 비데로 씻어도 깨끗하게 잘 안 씻긴다. 숟가락도 그렇다. 잘 씻어도 이사람 저사람이 쓰던 것이 깨끗해야 얼마나 깨끗하겠냐는 것이다. 차라리 손을 깨끗이 씻고 손으로 먹는 게 오히려 위생적이란다.


쓰레기를 뒤지고 다니며 어슬렁거리는 건 소나 개, 멧돼지, 염소와 왜가리와 까치들도 있다. 그 쓰레기를 아무데나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건 정말 심각한 것 같다. 14억 인구가 아직 본격적인 소비시대로 들어서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이 인구가 소비 시대로 들어서면 이 쓰레기 문제는 정말 골칫덩이일 것이다.

 

깨끗함과 더러움이, 질서와 무질서가, 깊은 명상과 소음이, 부유함과 가난함이, 서로 다른 종교가, 서로 다른 인종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까짓 것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초연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법륜(法輪)의 바퀴처럼 무리 없이 잘도 굴러간다. 서로 이질적인 것이 잘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영국은 할 수없이 인도를 독립시키는 상황에서도 잔머리를 굴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파키스탄과 인도를 분리 독립시켰다.


그때 간디의 판단미스도 한몫했다. 파키스탄 쪽에는 아무 자원이 없어 곧 제 풀에 꺾여 고개 숙이고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이 도와주어 오히려 파키스탄이 상황이 좋아졌다. 강대국들의 장난질이 결국은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이다.




상식이라는 게 얼마나 부분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개념일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많은 것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여지없이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자유로운 시간, 아름다운 자연환경, 새벽 끝이 없이 펼쳐진 유채꽃밭 위의 여명(黎明)의 찬란함이란! 그렇지만 편하고 아름답고 좋기만 했던 여정은 결코 아니다. 이 아름답고 광활한 대지 위에서 내 자신이 그렇게 나약하고, 이기적이고, 닫혀있고, 겁쟁이일 수 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서 화가 나고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하다. 인도 여정은 이제 반 조금 더 왔지만 아직도 많은 생각의 실타래들이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길 위에 쓰러져 있는 소가 아기 소일까? 그냥 친구 소일까? 살아남은 소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연신 쓰러진지 오래되었을 차가와진 소를 혓바닥으로 핥고 있다. 눈가에 맺힌 것이 눈물이지 눈곱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짐승도 죽음 앞에서는 저리도 엄숙하고 애처로운 것을!


오랜만에 밥을 든든히 먹었더니 몸이 전에 없이 가볍다. 한국 사람은 역시 밥 힘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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