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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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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에서 눈폭풍에 갇히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4-12 (일) 2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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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Twin Arrow라는 인디언 레저베이션이 있는 카지노를 향해 나서려고 모든 준비를 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눈폭풍이 오는 것으로 돼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카지노 밖에 없는 곳에서 눈폭풍에 갇히는 것보다는 마켓도 많고 음식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숙박비가 저렴한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 옳겠다 싶어서 다시 짐을 풀었다.

딱 울고싶을 때 날씨가 빰을 한 대 때려준 격이 되었다. 사막을 건너오느라 피로도 누적(累積)되었고 영양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느데 여기서 하루이틀 푹 쉬면서 누적된 피로도 풀고 영양도 보충하면 될 일이었다. 괜히 날씨 탓하며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에 신경을 쓰느니 대자연의 정령(精靈)이 나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 멋진 선물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기까지 하다.

나 같이 모험가나 탐험가로 훈련되어지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50이 넘어서 시작한 마라톤을 살짝 즐기다가 미대륙횡단 마라톤을 아무 조력자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한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놀라움이 왜 그렇게 컷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보자는 결연(決然)한 의지와는 달리 대자연의 어쩔 수 없는 힘 앞에 홀로 선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절실하게 느낀다. 대자연의 정령들이 모두 힘을 합쳐 도와주지 않는 한 나의 이번 모험은 어린아이의 장난 같이 되어버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모하비 사막을 힘들게 지나고 록키산맥 꼭대기에 올라왔다고 한시름 놓는 순간 대자연은 바로 내게 뭔가를 보여주고 말았다.

북극탐험에 나선 최첨단의 장비를 갖춘 최고의 탐험가라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자연의 큰 힘 앞에서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북극이 아무에게나 신비의 문을 열지 않듯이 미대륙횡단 마라톤도 아무에게나 완주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을 맘 편히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일기예보를 다시 보니 내일 새벽 2시까지 눈이 내린다. 모레는 눈이 그치지만 날씨가 엄청 추워서 빙판이 되면 브레이크도 없는 손수레를 끌고 내리막길을 내려갈 수는 없어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였다. 잘못하다가는 여기서 일주일 이상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마음이 불안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순응하고 적응하고 극복하는 일 밖에는 없다. 포기하고 권이주 회장님과 긴 통화를 마치고 밀린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눈이 많이 녹아 있다. 나는 고속도로 갓길도 눈으로 확인하려고 몇 마일을 족히 달려가서 살펴보았더니 새벽에 큰 변고(變故)가 없는 한 내일 아침 해가 뜨고 나면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큰 변고는 아니었지만 변고가 일어났다. 눈이 1cm 정도 와서 얼어붙어있다. 거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 시까지는 눈이 조금씩 오는 것으로 예보가 되어있다. 나는 큰 고민을 해야했다. 여기서 하루를 더 머무르는가 아니면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행진을 계속하는가 였다. 노면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나는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기로 결정을 했다. 약간의 위험마저 피해야하는 한가로운 여행은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노면(路面)이 약간 녹기를 기다리다 9 시쯤 출발을 했다. 달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발도 쌩쌩 날리고, 자동차도 쌩쌩 달리고, 나도 이틀을 쉬어서 쌩쌩 잘 달렸다. 평소보다 적은거리인 22 마일 정도이니까 부담은 적었지만 눈이 쌓이고 노면이 다시 얼어붙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눈은 쌓이지 않고 노면도 얼어붙지 않았다. 세 시간 반 정도 눈 속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호텔에 들어왔고, 데스크에 있는 여자가 아까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나를 봤다고 우리 호텔에 VIP가 왔다고 아나운스를 한다. 누군가가 뷔페 티켓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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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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