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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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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도시 엘 파소(El Paso)에서 머물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5-31 (일) 11:28:21

 

맥도날드의 창 밖으로는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었다. 커피나 한잔 마시며 쉬었다 가려고 들어왔는데 15 분도 못 되서 굵은 비가 쏟아지더니 금방 도랑이 꽐꽐꽐 넘쳐흐른다. 참 다행이다. 그냥 지나갔으면 저 비를 어떻게 허허벌판에서 다 맞으며 어디가서 마른 곳에 잠자리를 찾았을까, 생각만해도 정신이 먹먹해진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 좌석의 할아버지가 말을 건다. ‘너 정말로 LA에서 뉴욕까지 걸어가는거냐?’ ‘, 정말이지 않고요! 21일에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출발해서 벌써 두 달 반이나 지났어요.’ 할머니도 이것저것 관심있게 물어보고 딸도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들은 나의 예사롭지 않은 여행에 대하여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경청(傾聽)해주었다. 창 밖에는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너 혹시 오늘 밤 잘 곳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면 어때, 곳간도 있고 2 층 방도 있으니 아무 데나 네가 편한 곳에서 자고 갈래?’ 하고 물었다. 나는 지체 없이 그거 정말 고마운 일이죠하고 답했다.

창 밖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한참을 그렇게 내렸다. 참 다행이다. 이렇게 폭풍우가 내리는 날 마른 잠자리를 얻게 되어 참 다행이다. 엘 파소는 스페인어로 지나가다라는 뜻이다. 나는 엘 파소를 지나가서 어디 쯤에 하루 묵고 가려고 하다가 지나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었다. 생각 없이 지나가서 얼마 안 있으면 금방 잊혀질 곳에서 하룻밤 따뜻한 가정에서 머물고 아주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머물만한 곳이 되었다. 폭풍우는 피하고 따사로운 4월의 햇살 같은 마음으로 나그네의 피로를 위로받았으니 기억인들 어디 쉽게 지나갈 수 있겠나!

할아버지는 올해가 결혼 51 주년인데 할머니가 아직도 예쁘지 않으냐고 자랑이 대단하다. 딸 둘 아들 하나인데 지금 큰 딸하고 같이 살고 있고, 증손자도 다섯이나 된다고 자랑을 한다. 인형으로 가득 찬 방에서 나는 꿀 같이 단잠을 잤다. 할머니는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셨고 할아버지는 떠나는 나의 안전을 위해서 식사기도를 해주셨다.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아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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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비와 함께 경이롭게 다가오고 있다. 봄 길을 달리는 내 발자국 소리는 바쁘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와 환상적으로 리듬이 잘 맞는다. 봄에는 뭔가 활기차고 빠른 리듬이 좋다. 새 봄을 맞는 생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기 때문이다. 어제 내린 비로 앞 마당의 꽃은 화사하게 피었지만 곳곳이 침수되었다. 불어난 개울물과 강물에 물고기들은 나처럼 더 넓어진 세상을 즐기겠구나 생각했다. 세상은 더 넓어졌지만 물살이 험하니 물고기나 나나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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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자리에 진득하게 안주하는 성격이 아닌 내가 마라톤을 만난 것은 물을 제대로 만난 것이다. 이렇게 끝없이 달리는 것이 좋다. 마라톤을 빙자(憑藉)하여 여기저리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다. 마라톤이라는 깃발을 들고 세계 구석구석 다니면서 문화가 다르고 인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기후와 토양이 다른 자연의 기를 온몸으로 내려 받고, 그 지방에서 나는 맛이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은 멋진 일이다.

사람에게 최고의 위안(慰安)은 역시 사람이다. 창문을 열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인다. 위로 받은 절망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가슴에 온갖 치유의 해법이 다 있다. 가슴이 다가갈수록 증폭되는 뜨거운 울림!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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