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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 사람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3-15 (수) 14:12:29



 

이제 인도의 여정(旅程)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늘 뉴델리의 코 앞 푸리다밧까지 왔다. 내일이면 인도의 심장 뉴델리의 인디안 게이트에 당도하면서 인도에서 달리기 일정은 마친다. 꼬박 두 달간의 여정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인도를 알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철저히 나그네의 눈으로 인도를 바라보았다. 인도인의 삶 속에 뛰어들지 못하고 철장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듯 엿보기만 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려 했지만 마음뿐 인도에 들어와서 인도와 격리된 채 두 달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의 풍광을 그려보았다.


나이가 드니 도무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줄 모르는 완고한 늙다리가 되어 가는 모습이 슬프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나선 모험 중에서도 말이다. 입맛은 그 어떤 거보다 더 완고하다. 나는 두 달 내내 파니어 프라타외에는 다른 인도 음식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나마 맛살라가 듬뿍 들어간 인도의 서사시(敍事詩)와 같은 인도 짜이 마니아가 되었다. 짜이는 내가 유일하게 즐기는 인도의 오감(五感)이다.


오늘은 인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힌두교 전통의 봄맞이 축제의 날 홀리(Holi)이다. 일명 컬러(Color) 축제이다. 이날은 힌두력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해당하는 보름날이다. 홀리 축제에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을 태우거나 정리하는 등 새해맞이 준비를 한다. 인도 사람들은 기원전부터 보름달에 가정의 평화와 난전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사랑의 표시로 성별, 빈부,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얼굴에 다양한 색깔의 가루를 발라주고 뿌리기도 한다. 다양한 색깔의 얼굴색을 하고 거리에 나와서 밴드의 가락에 맞춰 춤을 춘다. 태국에 송크란 축제가 물의 축제라면 인도의 홀리는 물감, 염료의 축제이다. 홀리 축제가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엊그제 지나온 마투라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축제이다. 힌두교의 신인 크리슈나가 태어나 자란 지역으로 인도 사람들은 이곳을 브라즈라 부른다.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 내 얼굴에도 아르비라는 색가루를 바르려고 하기에 기겁을 하고 하지마라고 손사래를 쳤다. 상대가 무안해할 중 알지만 지난번 거리축제에 동참했다가 색가루를 뒤집어쓰고 저녁 때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도 잘 지워지지 않은 불쾌한 생각이 나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 인도의 홀리 축제의 구경꾼이 되었다.


오늘은 학교나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아서 점심 먹는 식당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만나서 나는 색가루는 안 뒤집어썼지만 대신 가끔 극도로 배가 구를 때 생기는 세상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 속에서 온통 노랗게 뒤집어 쓴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껏 의심의 여지없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추종하는 비정상적이며 악랄한 현실들이 안개와 미세먼지가 걷히며 이 아름답고 광활한 힌두스탄 대평원이 선명해지듯이 선명해지고 있다. 세계화는 무책임한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이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더욱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워싱턴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각국이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문화까지 말살(抹殺)하고 주도하는 경제적 흐름이 되었다.


이런 식의 자본주의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인류가 지난 3백여 년 동안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는 변질되어 가는데 다른 대안은 있는가?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어 가는데 다른 대안은 없을까? 금융자본이 정치와 언론과 법조계까지 지배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전쟁까지 부추기는 이때 어떻게 시민들은 평화를 지켜내며 공정이라는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환경과 사회의 파괴는 그걸 주도하는 기업 가치의 결과물이다. 지역 경제가 튼튼해야 지속가능성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통찰을 얻었다. 인간은 어쩌면 동물이 아니라 식물에 가까운 존재일지 모른다. 이웃과 더불어 살고,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의 농촌 마을 사람들은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그곳에서 죽는다. 사람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때 더불어 사는 소중한 가치를 맛보게 되고, 그것은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삶의 가치이다.




마을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신적으로 지원해주고 도와주면서 기쁨을 만들어왔다. 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적대감, 우울, 분노 등의 증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항우울제보다 인도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하며 인도사람들을 만나보고 아슈람 같은 명상 센타나 마을공동체 등에서 생활하면서 가정이나 직장, 또는 학교 등에서 겪는 압박감을 극복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그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서 이러한 파괴적 세계화에 맞서서 지역화 전략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공동체와 상호부조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행복해 하며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라다크 사람들은 혹독한 기후와 빈약한 자원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검소한 생활, 배려와 협동,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열악한 환경 탓에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가난이라는 단어조차도 없었다. 그들은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누리며 서로 돕고 서로 나누며 존경하고 살았지만 점점 서양 문물에 의해 변해갔다.


전통적인 방식,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오래전부터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그들과 비교할 대상을 모르고 살아왔고, 그들의 전통방식에 불편함이 없이 살아왔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과 다르게 너무나도 편한 것을 보고는 자신의 문화(문화는 어떤 것이 우월하고 어떤 것이 열등함이 없음에도)가 열등하고 뒤떨어진다고 여기기 시작했던 것이죠. 부족한 것 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잘 살아왔었지만 서양 문화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았고 그리고 그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왜냐하면 자급자족하는 생활 형태에서 돈으로 상품을 사고파는 사회로 변화를 하게 되었거든요.”


민주주의와 자연을 비인간적인 제도로부터 지켜낼 방법은 없을까? 인도는 다행히 아직 고도 소비 사회로 들어서지 않았다. 지금부터 방향을 잘 잡으면 그것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의 제목처럼 오래된 미래의 표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오늘 새벽 내가 본 힌두스탄 평온의 익어가는 밀밭 위로 떠오르는 여명(黎明)의 햇살보다 더 찬란한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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