鷄肋(계륵)(닭갈비).
삼국지의 간웅 조조가 한중땅 정벌에 나섰다가 계속 전진을 해야 할지 아니면 후퇴를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부하 장수의 질문에 내뱉었다는 말이다. 계륵, 즉 먹어봐야 배도 부르지 않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닭갈비에 붙어있는 약간의 살점이 아깝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결국 눈치 빠른 부하는 철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아깝지만 계륵은 버리는 카드를 말한 셈이다.
계륵과 비슷하게 쓰이는 표현으로 ‘뜨거운 감자’라는 말이 있다. 손에 들고 있자니 뜨겁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취할까, 아니면 버릴까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계륵의 경우 선택권이 온전히 그를 쥔 사람의 뜻에 달려 있다. 조조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에 비해 뜨거운 감자는 왠지 그를 쥔 사람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그를 쥔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몰려 있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두 명의 老將(노장)이 큰 화제가 됐다.
한 명은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야구천재 이종범이다. 해태 타이거스 출신으로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 야구를 대표하던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팬들이 난리를 친 것이다.
아직은 현역으로 뛸 수 있기는 하지만 팀내 유망주를 2군에 썩히면서 기용할 정도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소속팀 기아 타이거스 코칭스태프의 판단. 결국 코칭스태프는 자리가 없다는 말로 그의 은퇴를 종용했고 이종범은 섭섭한 감정을 표시하면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기아 타이거스 구단이나 선동렬 감독에게 이종범은 결국 계륵이었고 말의 유래처럼 버림을 받은 셈이 됐다.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출신 최다승을 기록한 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박찬호다.
사실 박찬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99년 이전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하려면 신인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로선 신인드래프트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황. 매년 12월 신인 드래프트가 있는 만큼 올해 12월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이미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1년을 쉬어야 한다는 건 결국 은퇴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에 한국프로야구 위원회는 특별법을 적용해 박찬호가 곧바로 고향팀이 한화 이글스에서 뛸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게 떠들썩하게 입단한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너무도 부진했다는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시범 경기 두 경기 평균자책점이 12.96으로 8.1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2점을 내줬다.
그 정도면 사실 배팅볼 수준. 그럼에도 한화 이글스는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메이저리그 124승의 貫祿(관록)을 인정해주고 정규시즌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빚어낸 결과다.
문제는 박찬호가 부진한 피칭에도 불구하고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그보다 훨씬 안정된 피칭을 한 한화 이글스의 젊은 유망주 한 명은 선발 자리를 빼앗겼고 팀은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영입한 박찬호를 2군으로 내려 보내는 것도 말도 안 된다. 결국 기대에 못미친 박찬호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국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은퇴시기는 매끄럽게 처리되는 경우가 드물다. 흔히 미국에서 말하는 비즈니스적 결정을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는 배신으로 치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계륵’ 이종범은 곧바로 구단과 화해하며 해피엔딩이 됐다. 박찬호 역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은 올시즌 꾸준히 선발 자리를 유지해 박수를 받고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
* News Korea Texas, Inc.(www.newskorea.com) 제공, ‘김홍식의 스포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