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라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과 북반구의 대도시에서 사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지구본을 돌려가면서 뉴질랜드를 바라볼 경우 망망한 바다 위에 두 점의 작은 섬이 뉴질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류 문명권에서 멀어진 이 섬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북반구 대도시에서 이민을 온 사람들이라면 뉴질랜드라는 나라에서 스스로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써야만 하는 운명적 자리가 주어진다. 우리는 어쩌면 문명에서 낙향을 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지구촌이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인문지리적 조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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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들의 삶은 모순적이다. 비록 몸은 외딴 섬에 있지만 보고 듣는 감각은 온통 북반구 대도시 문명에 집중해 있다. 이제 뉴질랜드 동포들의 안방에도 어김없이 한국 드라마와 쇼 프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이렇게 따로 놀고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 간다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다. 몸은 여기 있고 마음은 저기 있는데 무슨 행복이 있겠는가.
낙향을 하여 귀거래사를 읊어야만 하는 유배지(流配地)의 몸이 서울의 휘황한 밤문화를 꿈꾸고 있다면 그것은 불행이다. 이런 부류들은 결국 서울로 봇짐을 싸고 가는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를 떠나서 다시 북반구의 대도시 네온사인 숲으로 가는데 그것은 마음이 있는 곳으로 몸이 다시 찾아가는 것일 뿐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것은 어쩌면 현대판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이다. 가난한 생활에 만족하면서 도(道)를 즐길 수 있는 삶이 안빈낙도이다. 돈과 명예를 찾는 사람이 진리의 삶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진리의 삶이 무엇이고, 도가 무엇이냐면서 그저 웰빙하는 삶이 최고가 아니냐고 반박을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오늘날 최고의 가치가 된 웰빙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최근 여론조사기관 유엠알리서치는 도대체 키위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조사를 통해서 알아본 모양이다. 그래서 행복의 5가지 조건을 거론했는데 우선 이를 나열해보자. 신체적 건강(physical fitness), 사회활동의 참가(community involvement), 일과 휴식의 균형(a good work/life balance), 성과에 대한 만족(satisfaction with life achievements),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파적인 정치적 견해(right-wing political stan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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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반론할 수 없을 것이다. ‘키위’들이 얼마나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는지 주변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질 것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라는 것도 틀림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고립을 피해서 사회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참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민자로써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동포들에게는 기껏 종교생활에 참가하는 것이 유일한 사회활동일 수 있다. 사회활동의 외연을 넓혀야만 한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라는 행복조건이나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만족해하는 것도 행복으로 가는 조건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거론된 우파적인 정치견해를 유지하라는 것에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이해할 수도 있다. 흔히 좌파의 정치적 견해는 기존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기때문에 항상 피곤할 수 있다. 정치적 스펙트럼 가운데 좌파가 불행하고 우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지만 지나친 비판적 시각을 피하라는 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키위들을 행복하게 하는 5가지를 우리 이민자 삶에 도입한다면 몇 가지 지적할 것들이 나온다. 뉴질랜드는 섬나라 기후다. 일기예보관이 일기예보를 적중시키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지역별, 시간별로 변화무쌍하다. 이런 기상조건에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소나 양처럼 야외에서 살도록 되어 있지 않다.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뉴질랜드의 기상조건을 지켜낼 수 있는 실내를 확보하고, 악조건의 기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운동도 열심히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추도록 하고, 하루 하루의 삶을 만족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지나치게 한국의 정치를 시시콜콜 비판적으로 나서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뉴질랜드는 이미 문명권에서 멀어진 시골이며 낙향하여 사는 우리들은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혹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뉴질랜드에 이민을 왔다면 그것은 번지수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멀지 않아 이 나라를 떠나게 될 것이다. 흔히 뉴질랜드에 이민왔을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각자 나의 이민 초심은 무엇이었는지 이제라도 곰곰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소니리/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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