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메달외에 다른 상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08년 런던올림픽 마라톤에서 실격을 당한 이탈리아의 마라토너 도란도 피에트리에게 영국왕실이 트로피를 만들어 준 정도가 있을뿐이다.
피에트리는 마라톤대회에서 1등으로 골인했으나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다섯 번이나 쓰러진 뒤 이를 딱하게 여긴 대회 진행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골인했다가 실격(失格)을 당하는 불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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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위원회도 아닌 영국이 특별히 번외상을 만들어 시상한데에는 피에트리의 비극에 대한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래 마라톤은 42km를 달리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게 지금처럼 42.195km로 늘어난게 바로 1908년 런던올림픽대회에서였다. 영국 왕실의 에드워드 7세가 골인 장면을 보고싶다고 하는바람에 골인 지점을 바꿨는데 그때문에 195m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영국왕실은 자신들 때문에 거리가 늘어났고 그로인해 피에트리가 쓰려져 실격을 당했으니 다른 보상을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104년만에 다시 런던에서 벌어진 이번 올림픽대회에서 반외상(番外賞)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펜싱연맹이 억울한 오심 때문에 메달을 놓쳐 한국인들과 많은 펜싱팬들을 안타깝게 한 신아람에게 특별상을 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독일선수와의 준결승전에서 1초만 더 버티면 승리해 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던 신아람은 전광판 시계가 흐르지 않는 바람에 결국 점수를 허용하며 패배했다. 크게 상심한 뒤 등 떠밀려 오른 3-4위전에서도 신아람은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 억울한 패배에 울면서 퇴장하는 신아람, (사진=Newsis)
국제연맹이 신아람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겠다고 한건 바로 오심에 대한 인정과 다름아니다.하지만 그 특별상이 신아람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이미 신아람은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상을 받지 않겠다”고 말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초반 유난히 한국선수들에게 불리한 오심이 잇따랐다. 수영에서 박태환의 실격소동이 벌어졌고 유도에서는 조준호가 손바닥을 뒤집는 것같은 판정번복 때문에 만장일치판정승을 거뒀다가 곧바로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반대의 경우로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미들급 결승전에서는 경기내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박시헌이 훗날 프로복싱 슈퍼스타가 된 로이존스 주니어에게 판정승을 거두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대다수 올림픽 판정시비에서 늘 피해자쪽이었다. 가장 억울한 오심 가운데 하나가 1956년 멜버른올림픽 복싱에서 나왔다. 밴텀급에 출전한 한국의 송순천은 결승에서동독의 볼프강 베렌트를 일방적으로 공략했지만 납득하기 힘든 판정패를 당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송순천의 승리를 예상해 판정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운영요원들은 시상대에 올라갈 태극기를 미리 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순천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되면서 건국이후 최초의 금메달을 도둑맞고 말았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준비한 금메달’이라며 별도의 메달을 만들어 주며 송순천과 국민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송순천과 한국인들의 진짜 마음을 달래준 일은 7년뒤에 일어났다. 그 경기후 올림픽영웅이 된 베렌트가 7년이 지난 뒤에 송순천에게 “그날을 잊을수 없으며 그 경기의 승리자는 당신이었다”는 편지를 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과거를 떠올리며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다.
신아람의 오심사건때 더욱 억울했던건 상대 선수 브리테 하이데만의 지나친 당당함이었다. 자신의 코치까지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승리를 뻔뻔하게 주장했다.
지금 신아람에게 가장 큰 보상과 위안은 무엇일까. 베렌트도 하이데만과 같은 독일사람인데, 판정이야 어찌됐든 패배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위로 몇마디면 충분할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 News Korea Texas, Inc.(www.newskorea.com) 제공, ‘김홍식의 스포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