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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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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의 낚시꾼 목사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07-10 (수) 12:37:55

몽은이 낚싯대를 보내왔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돌섬은 뉴욕 낚시꾼들사이에 소문난 명당(明堂)이었습니다. 그때는 낚싯줄만 던지면 고기들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하도 잡아 대서 그런지 지금은 옛만 못합니다. 그래도 후러싱에서 오는 낚시군들이 있습니다.

 

 

“목사님, 강태공은 낚시하다가 천하를 낚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행운을 낚으세요.”

 

 


www.ko.wikipedia.org 

 

 

몽은이 보낸 낚싯대를 받아보니 사용법이 복잡합니다. 낚시줄을 풀고 감는데 잘못하면 엉클어져 버립니다. 꼬물거리면서 기어 다니는 살아있는 지렁이를 낚시바늘에 꿰어야 합니다. 무섭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여 죽어도 못하겠습니다. 낚싯대를 받은지 넉달이 지나도록 묵혀두고만 있었습니다.

 

 

졸라대던 아내가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4시간 후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다섯 마리나 잡아왔습니다.

 

 

지느러미가 날개처럼 달려있고 메기아가미에 검붉은 철갑색깔을 한 시라븐 두 마리입니다. 검은줄이 있는 팔뚝만한 시베스 한 마리. 그리고 스케이트라고 부르는 홍어도 두 마리나 됐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잡아왔어? 낚싯대 사용법은 어떻게 배웠구?”

 

내가 놀라자 아내는 웃었습니다.

 

“낚시꾼들한테 다루는 법을 배웠어요. 당신하고 둘이 나가면 열 마리는 잡아올텐데? 내일은 같이 가요.”

 

내가 동의해 주자 아내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생선찌개를 끓이고 홍어회를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 까요/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 까요/ 어항에 가득히 고기를 넣어서/ 랄랄랄랄랄랄랄랄 온다야”

 

다음날 아침 우리부부는 어린애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바다로 나갔습니다.

 

  

www.en.wikipedia.org

 

고향의 어린 시절입니다. 우리 동내에서 10리 거리에 홍원리라는 낚시터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자가용족들이 낚시하러 오는 유명 저수지입니다. 지금은 골프가 귀족스포츠이지만 그때는 낚시가 귀족스포츠였습니다. 교장이나 면장으로 있다가 은퇴한 분들이 낚시를 했습니다. 부자영감님들이 신선놀음 하는게 낚시였습니다. 낚시할때는 하얀 모시적삼을 입어서 신선처럼 보였습니다.

 

 

‘나도 성공 한후 은퇴하고 나서 낚시꾼이 되어야지. 그러려면 일찍 낚시하는 법을 배워두자.’

 

뽕나무가지를 꺾어 낚싯대를 만들었습니다. 바느질실을 세겹으로 비벼 꼬았더니 낚싯줄이 됐습니다. 철사를 구부려 낚시바늘을 만들었습니다. 지렁이를 잡아 낚시바늘에 꿰어놓습니다. 시골이라서 논 가운데 조만조만한 우물이 많았습니다. 우물물이 맑아 고기들이 보입니다. 낚싯줄을 던지자 붕어 미꾸라지 송사리들이 달려들어 입질을 합니다. 바늘이 엉터리라서 아가미에 걸리지 않습니다. 지렁이만 빼먹고 도망가 버립니다. 여러번 시도해 봤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난 화가 나서 꼬맹이 친구들을 불러왔습니다. 빨가벗고 우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다섯명의 악동들이 물장구치고 물속바닥을 기어 다니고 씨름을 하고 물싸움을 합니다. 20분 지나고 나니 맑았던 물은 흙탕물로 더러워졌습니다. 흙탕물속에서는 고기가 숨을 쉴수 없습니다. 우물바닥 진흙속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숨이 막혀 견딜 수 없습니다. 물위로 떠올라와 주둥이를 물위에 드러내놓고 뻐끔뻐끔 숨을 쉽니다. 물고기는 입으로 숨을 쉬나 봅니다. 손바닥만한 붕어, 팔뚝만한 메기, 그리고 가물치도 물위로 떠올라 뻐끔거립니다.

 

낚싯대로 갖고 간 뽕나무 가지로 사정없이 내려쳤더니 기절해 버렸습니다. 이놈들을 바케츠에 주어 담자마자 펄떡거리면서 깨어났습니다. 스무마리가 넘었습니다. 많이 잡긴 했지만 실패한 낚시질이었습니다. 그 후로 난 낚시질을 한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성공해야지.’

 

60년만에 다시해보는 낚시질입니다. 바다낚시는 간단했습니다. 던져 놓고 기다렸더니 줄이 움직였습니다. 줄을 감기시작 했습니다. 바위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무거웠습니다.

 

“슈퍼월척인가 봐요”

 

아내도 달려들어 둘이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둥글고 시커먼 놈이 끌려왔습니다.

 

“와 거북이다. 용궁의 수문장 거북이가 사로잡혔다.”

 

그런데 거북이도 아닙니다. 군대 철모처럼 생긴 바닷가의 천덕꾸러기가 걸려든 것입니다.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이번에는 털북숭이 꽃게가 잡혔습니다. 아내가 혀를 찾습니다.

 

‘낚시로 꽃게를 다 잡다니? 당신은 타고난 꽃게 낚싯꾼인가 봐?“

 

내가 돌섬 제일의 꽃게낚싯꾼인건 사실입니다. 옆에서 낚시하는 흑인들은 연신 잡아올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씩 웃더니 세 마리를 갖고 왔습니다. 그러자 다른 낚싯꾼들도 한 마리 두 마리 부조(扶助)를 했습니다. 우리는 순식간에 7마리가 생겼습니다. 아하! 아내도 어제 이런 식으로 얻어온 모양입니다.

 

   

www.en.wikipedia.org

 

 

“기다려요. 내가 다녀올 때가 있어요.”

 

 

아내는 낚싯꾼들이 있는 해변을 따라가더니 한바퀴를 돌아왔습니다. 아내의 손에는 5마리의 홍어가 들려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홍어를 안 먹습니다. 그래서 홍어가 걸리면 아내에게 줍니다. 그날밤 홍어회 전문요리사 지상 김길홍목사가 와서 홍어회파티를 열었습니다. 지상이 입맛을 다셨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좋하한 홍어회를 먹으니 우리가 대통령이 된 기분이오.”

 

우리부부는 낚시를 포기했습니다. 그 후로 여러 번 낚시질을 해봤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까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길 백번 잘 했어요. 당신이 물고기 낚는 어부가 됐었더라면 우리식구는 밥 먹고살기가 어려웠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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